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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Oct 05. 2023

나의 최초의 채식

나는 온전히 나의 건강만을 위해 첫 채식을 시작했다. 이전에도 공장식 축산업 등에서 비롯된 육식의 문제점은 인식하고는 있었지만, 사실 과거의 나는 그보다는 내 즐거움과 편안함을 우선시하는 사람이었다.

 

나의 최초의 채식은 한약과 생리통 때문이었다. 고기, 생선, 유제품을 먹을 수 없었는데 처음에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정말 절망에 빠졌다. 그럼 뭘 먹고 살라는 거지? “모든 국과 찌개에는 고기가 들어가야 맛이 있다.”를 신조로 사는 사람이었는데. 좋아하는 음식은 소고기 쌀국수, 찜닭, 양념 치킨인데! 난 술도 못 마시면서 막창을 먹기 위해 막창집에 가는 사람이었다. 그렇다 할 취미가 없는 나의 유일한 즐거움이 이런저런 식재료들이나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었고, 나는 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없다는 생각에 절망에 빠졌었다.


하지만 나의 모든 예상을 뒤엎고 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괴롭지 않았다. 내 식탁에 고기가 사라지면 미식과는 영원히 작별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나의 미식의 세계는 더욱 넓어졌다. (물론 외식 선택지가 줄어들기는 했다.) 하지만 그만큼 집에서 비건식을 해 먹기 위해 여러 레시피들을 찾아야 했고, 국내보다는 해외에 정보가 더 많기 때문에 영어로 레시피를 검색하다 보니 더 드넓은 음식의 세계를 접할 수 있었다. 템페부터 시작해서 콜라비, 비트, 그리고 각종 이름 몰랐던 풀들! 

고기가 없으면 삶에 제약만이 가득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반대로 내 삶은 풍요로워졌다.

그렇게 건강을 이유로 시작했던 채식은 점차 나의 시선이 넓어지면서 하나 둘 이유가 많아졌다. 이제는 “왜 채식해요?”라고 물으면 무엇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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