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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하필 왜 라면 영어일까

550ml 물, 4분 30초, 레시피대로!

by 이작가야

대학교 1학년 생활 영어 회화 첫 시간이다.

강의를 처음 시작한 20여 년 전쯤엔 이랬다.


'' 자 다들 눈 감고...

나는 영어랑 담쌓았다.

영어만 생각하면 울렁거린다.

수능시험 영어과목은 찍었다.

교수님이 자꾸 영어 하라고 하면

당구장 갈 거다.

난 정말 알파벳밖에 모른다.

영어는 D만 맞아도 만족이다.

하는 학생 손들어.''

하면 뒷줄 창문 쪽, 반대편 출입문쪽에

딱 붙어 앉은 학생들이 손을 든다.


영어를 잘하면 좋지만 못해도 대학은 다 졸업했고

취업을 하는 데도 딱히 지장은 없었던 시절이다.

그래도 나는

영어를 좋아하게 만드는데 강의 목표를 두었다.




나는 손 든 학생들 얼굴을 기억하고는 가능하면 영어로 말을 안 시켰다. 무더기로 F를 줄 수도 없는 일이고 무조건 영어시간에 땡땡이 안치게 하는 게 내 목표였기 때문이다.

내 수업을 들으면 분명히 영어가 재밌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자신이 얼마나 영어를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수업은 내 방식대로 진행됐고 두 달 정도 후

중간고사를 치른다. 첫 시간에 손을 들었던 녀석이 시험 답안지 뒷면에 이렇게 써 놓았다.


''교수님, 저는 수능 영어 시험 시간에도 자다가 나왔습니다.

제가 이렇게 영어를 열심히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너무 신기합니다. 감사합니다. 답안을 잘 못써서 죄송합니다.''




실기시험은 1:1 인터뷰를 진행했고

조별 그룹 롤플레잉 테스트를 실시했다.

영어가 싫다고 손을 들었던 학생들 중

조장을 맡아 그룹을 리드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의 평가비중은 3대 7이다.

이유는,

학생들의 입을 열게 하기 위함이다.


이 같은 프로젝트는 캐나다에서 만난

한국 유학생의 영향이 컸다.

때는 1999년으로 기억한다.

그 학생의 전공은 경영학이고 성적우수자로

유학을 왔으며 장학금까지 지원을 받기로

되어있다고 했다. 그런데 불상사가 생겼다.

토익점수가 만점인 그 학생은 안타깝게도 인터뷰에서 불합격이 되었고 장학금은 취소되었다.


(캐나다 몬트리올 올드타운)


입을 열지 못하는 토익 만점 유학생을 그들이

이해할리가 없다. 그 이후 한국 유학생의 토익 만점을 성적평가항목에서 제외시킨다고 들었다.

영어교육자로서 얼굴이 화끈거리고 창피하고

억울하고 분 한일이 아닐 수없었다.


내가 늘 우려했던 일을 눈앞에서 본 것이다.

그리고 내 뜻을 더 굳힐 수 있었다.


'입을 열게 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캐나다에서 들여다본 한국의 영어교육은 실로 심각했다.


학생들은,

중학교 때까지는 중간고사, 기말고사로

내신이라는 답답한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고등학교 3년은 어떠한가.

학교에서는 중학교 때 하던 내신 다지기가 계속된다.

수능시험을 연습하는 모의고사를 정기적으로 봐야 하지만 모의고사는 학교에서 수업하지 않는다.

학원, 과외, 인강을 통해 각자 알아서 한다.


사교육에 고액을 투자할 수는 환경,

부모가 밤 열두 시 새벽 한 시에 유명학원에

다니는 아이를 픽업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수능 1,2등급 나올 확률은 높을 수 있다.

학교 수업만으로는 상위등급을 받기가

쉽지 않은 시스템이다.

개천에서 용 날수 가 없단다.

안타깝고 답답하다.




수능에서 상위권을 받은 학생들은 대학 첫 영어시간에 자기소개를 영어로 술술 하느냐...

아니다.

수능시험에서 영어시간에 잠을 잤다는 학생이나 그다지 차이가 없다. 학생이던 성인이던 한국의 영어교육은 시험을 위한 영어를 가르쳤다. 내가 학생들에게 늘 하는 말이다,


''영어는 과목이 아니다. 남의 나라 말일뿐이다.

말을 하는 목적은 올바른 대화를 하는 것이다.

여러분이 영어를 못하는 것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

한국의 잘못된 영어교육 때문이고 여러분과 부모님은 그 피해자다. 나는 그 피해를 보상해 주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

내 강의 목표는 여러분이 영어랑 친해지는 것이고 입을 열게 하는 것이다.''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의 평가비율 3:7은 성공했다.

잘하는 학생들은 뭘 어떻게 해도 다 잘 따라온다.

문제는 하고 싶지도 않고 못하는 학생들이 영어를 좋아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영어로 대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신감을 주었고 거꾸로 어떻게 말이 되는지 원리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지정한 정교재를 한 번도 온전히 써 본 적이 없다.

초창기에는 할 수 없이 쓰는 척은 몇 번 해본 거 같다.

지금은 초창기에 썼던 몇 번의 경험도 후회스럽다.

학생들에겐 함구시키고 내 머리에 있는 비법을 프린트해서 교재를 대신했다.


수업자료를 모으고 정리해서 책을 쓰면 서로 편할 텐데

뭐가 그리 바빴는지 이 핑계 저 핑계로 책 쓰기를 미뤘다.

몇 년 전,

미뤘던 책 쓰기를 쓰게 된 계기가 있었고 책을 출간했다.


책 제목을 정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교수님, 교수님께서 하라는 대로 하니까 영어가 재밌어요.

제가 영어를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스피킹 테스트 준비했던 시간이 초등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영어 한 시간보다 더 많았어요.''


'그래! 하라는 대로 했더니 되더라!

라면이네!

누구나 첨 끓여도 레시피대로 하면 맛이 나오지.

'라면 영어!'


(핵심포인트 대신 Cooking Tips)
어떻게 쓸 것인가!

1. 최소한의 글로 최대의 효과를 보자.
2. 재밌는 그림으로 눈을 즐겁게 하자.
3. 고정관념을 깨자.
'레슨 1', '챕터 1'대신,
'첫 번째 레시피'라고 하자.
4. '핵심 포인트' 대신,
'쿠킹 팁 ( Cooking Tips)'이라 하자.
5.'예외 문법'대신,
'미친 영어 (Crazy English)'
라 하자.
6. 음식 관련 단어를 활용하여 모든 예문을 먹는 이야기로 만들어보자.
7. '회화 연습' 대신ㅡ'식재료 활용하기 (Using Ingredients)'라고 하자.


먹는 얘기로 영어를 하면,

최소한 영어를 좋아할 수는 있지 않을까...


라면 영어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똘똘한 초등학교 5학년 조카 녀석이

라면 영어를 마스터했다.

라면 영어 2는 언제 나오냐고 묻는다.


시ㅇ스쿨 광고를 흉내 내며

'영어가 안되면 라면 영어'라며

흥얼거린다.




가장 흡족한 라면 영어 후기다.


'내가 이렇게 영어를 많이 알고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그렇다.

잘할 수 있는데 방법을 몰랐을 뿐이다.

잘할 수 있다.


라면 영어는

한글만 알면 영어를 할 수 있는 책이다.

20년 강의는 보람도 있었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제한된 시간 때문에 늘 라면을 먹다 만 것 같은

아쉬움이 남았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먹다 만 아쉬움을 채울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브런치 플랫폼!

열정 유전자가 또 꿈틀거린다.

라면 영어 해설 연재를 시작하자고...




알파벳밖에 몰라도 영어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이다.

연재되는 라면 영어 레시피로

맛있는 영어를 맛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진짜 영어가 싫은데 왜 영어를 해야 할까요?''

이유는 간단해.

우리가 미국보다, 영국보다 못 사니까. ''

영어 안되는데 핸드폰 팔 수 있어?


또 이유?

손해보지 않아야 하니까.

비싼 돈 주고 비행기 타서 왜 주는 대로 먹어?

비싼 와인도 달라고 하고...

한여름에도 에어컨이 너무세서 추운데,

왜 벌벌 떨고 있어?

담요 좀 달라고 말하면 되지.

벼룩시장에서

물건값도 깎을 줄 알고...


아쉬운 눔이 우물 파는 거지.

KPOP에 빠져 한국말 잘하는 거 봐.

마찬가지야.


뉴욕에, 런던에 한국어 학원이 즐비해질

그 날까지,

더럽고 아니꼬워도, 하기 싫어도...

해야지.

영어!''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라면영어 매거진

1화부터 30화에는

라면영어 컨텐츠에 담긴


'맛있는 영어를 위한

쉽고, 재미있고, 똑똑한

30일 레시피'


흥미진진한 조리과정이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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