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 든 학생들 얼굴을 기억하고는 가능하면 영어로 말을 안 시켰다. 무더기로 F를 줄 수도 없는 일이고 무조건 영어시간에 땡땡이 안치게 하는 게 내 목표였기때문이다.
내 수업을 들으면 분명히 영어가 재밌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자신이 얼마나 영어를 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라는확신이 있었다.
수업은 내 방식대로 진행됐고 두 달 정도 후
중간고사를 치른다. 첫 시간에 손을 들었던 녀석이 시험 답안지 뒷면에 이렇게 써 놓았다.
''교수님, 저는 수능 영어 시험 시간에도 자다가 나왔습니다.
제가 이렇게 영어를 열심히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너무 신기합니다. 감사합니다. 답안을 잘 못써서 죄송합니다.''
실기시험은 1:1 인터뷰를 진행했고
조별 그룹 롤플레잉 테스트를 실시했다.
영어가 싫다고 손을 들었던 학생들 중
조장을 맡아 그룹을 리드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의 평가비중은 3대 7이다.
이유는,
학생들의 입을 열게 하기 위함이다.
이 같은 프로젝트는 캐나다에서 만난
한국 유학생의 영향이 컸다.
때는 1999년으로 기억한다.
그 학생의 전공은 경영학이고 성적우수자로
유학을 왔으며 장학금까지 지원을 받기로
되어있다고 했다.그런데 불상사가 생겼다.
토익점수가 만점인 그 학생은 안타깝게도 인터뷰에서 불합격이 되었고 장학금은 취소되었다.
(캐나다 몬트리올 올드타운)
입을 열지 못하는 토익 만점 유학생을 그들이
이해할리가 없다. 그 이후 한국 유학생의 토익 만점을 성적평가항목에서 제외시킨다고 들었다.
영어교육자로서 얼굴이 화끈거리고 창피하고
억울하고 분 한일이 아닐 수없었다.
내가 늘 우려했던 일을 눈앞에서 본 것이다.
그리고 내 뜻을 더 굳힐 수 있었다.
'입을 열게 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캐나다에서 들여다본 한국의 영어교육은 실로 심각했다.
학생들은,
중학교 때까지는 중간고사, 기말고사로
내신이라는 답답한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고등학교 3년은 어떠한가.
학교에서는 중학교 때 하던 내신 다지기가계속된다.
수능시험을 연습하는 모의고사를 정기적으로 봐야 하지만 모의고사는 학교에서 수업하지 않는다.
학원, 과외, 인강을 통해 각자 알아서 한다.
사교육에 고액을 투자할 수는 환경,
부모가 밤 열두 시 새벽 한 시에 유명학원에
다니는 아이를 픽업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수능 1,2등급 나올 확률은 높을수 있다.
학교 수업만으로는 상위등급을 받기가
쉽지 않은 시스템이다.
개천에서 용 날수 가 없단다.
안타깝고 답답하다.
수능에서 상위권을 받은 학생들은 대학 첫 영어시간에 자기소개를 영어로 술술 하느냐...
아니다.
수능시험에서 영어시간에 잠을 잤다는 학생이나 그다지 차이가 없다. 학생이던 성인이던 한국의 영어교육은 시험을 위한 영어를 가르쳤다. 내가 학생들에게 늘 하는 말이다,
''영어는 과목이 아니다. 남의 나라 말일뿐이다.
말을 하는 목적은 올바른 대화를 하는 것이다.
여러분이 영어를 못하는 것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
한국의 잘못된 영어교육 때문이고 여러분과 부모님은 그 피해자다. 나는 그 피해를 보상해 주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
내 강의 목표는 여러분이 영어랑 친해지는 것이고 입을 열게 하는 것이다.''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의 평가비율 3:7은 성공했다.
잘하는 학생들은 뭘 어떻게 해도 다 잘 따라온다.
문제는 하고 싶지도 않고 못하는 학생들이 영어를 좋아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자신이 영어로 대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신감을 주었고 거꾸로 어떻게 말이 되는지 원리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지정한 정교재를 한 번도 온전히 써 본 적이 없다.
초창기에는 할 수 없이 쓰는 척은 몇 번 해본 거 같다.
지금은 초창기에 썼던 몇 번의 경험도 후회스럽다.
학생들에겐 함구시키고 내 머리에 있는 비법을 프린트해서 교재를 대신했다.
수업자료를 모으고 정리해서 책을 쓰면 서로 편할 텐데
뭐가 그리 바빴는지 이 핑계 저 핑계로 책 쓰기를 미뤘다.
몇 년 전,
미뤘던 책 쓰기를 쓰게 된 계기가 있었고 책을 출간했다.
책 제목을 정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교수님, 교수님께서 하라는 대로 하니까 영어가 재밌어요.
제가 영어를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스피킹 테스트 준비했던 시간이 초등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영어 한 시간보다 더 많았어요.''
'그래! 하라는 대로 했더니 되더라!
라면이네!
누구나 첨 끓여도 레시피대로 하면 맛이 나오지.
'라면 영어!'
(핵심포인트 대신 Cooking Tips)
어떻게 쓸 것인가!
1. 최소한의 글로 최대의 효과를 보자. 2. 재밌는 그림으로 눈을 즐겁게 하자. 3. 고정관념을 깨자. '레슨 1', '챕터 1'대신, '첫 번째 레시피'라고 하자. 4. '핵심 포인트' 대신, '쿠킹 팁 ( Cooking Tips)'이라 하자. 5.'예외 문법'대신, '미친 영어 (Crazy English)' 라 하자. 6. 음식 관련 단어를 활용하여 모든 예문을 먹는 이야기로 만들어보자. 7. '회화 연습' 대신ㅡ'식재료 활용하기 (Using Ingredients)'라고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