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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거시기 (8)

아버지 성기를 노래하고 싶다/이승하

by 최병석

볼품 없이 누워 계신 아버지

차갑고 반응이 없는 손

눈은 응시하지 않는다

입은 말하지 않는다

오줌의 배출을 대신해주는

도뇨관과

코에서부터 늘어져 있는

음식 튜브를 떼어버린다면?


항문과 그 부근을

물휴지로 닦은 뒤

더러워진 기저귀 속에 넣어 곱게 접어

침대 밑 쓰레기통에 버린다

더럽지 않다 더럽지 않다고 다짐하며

한쪽 다리를 젖히자

눈 앞에 확 드러나는

아버지의 치모와 성기

물수건으로 아버지의 몸을 닦기 시작한다

엉덩이를, 사타구니를, 허벅지를 닦는다

간호사의 찡그린 얼굴을 떠 올리며

팔에다 힘을 준다

손등에 스치는 성기의 끄트머리

진저리를 치며 동작을 멈춘다

잠시, 주름져 늘어져 있는 그것을 본다

내 목숨이 여기서 출발 하였으니

이제는 아버지의 성기를 노래하고 싶다

활화산의 힘으로 발기하여

세상에 씨를 뿌린 뭇 남성의 상징을

이제는 내가 노래해야겠다

우리는 모두 이것의 힘으로부터 왔다

지금은 주름져 축 늘어져 있는

아무런 반응이 없는 하나의 물건

나는 물수건을 다시 짜 와서

아버지의 마른 하체를 닦기 시작한다


♡시를 들여다 보다가


집에서 쉴만한 나이가 되었으니 더 이상 나오지 않으셔도

된다는 간곡한(?)부탁으로 여태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상황이다.그러다가 문득 이제 볼품 없어졌으니

그저 누워만 계시라는 명령을 접하기라도 한다면 나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은밀한 부위를 내 생각과 관련없이 몽땅

다 남에게 혹은 내 자식들에게 의탁하고 마네킹처럼 있어야 한다.혹자는 말한다.잘 죽는 것도 기술이다.나이가 들면 죽을 준비를 하나씩 둘씩 해야 한다는 것이다.남아서 죽음이라는 아픔을 오롯이 감당해야 할 아내와 자식들을 위해 나는 가고 없지만 슬퍼함이 배가 되거나 힘빠진 몸뚱아리를 고통 속에 바라보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내 주변에 흔히 보이는 힘빠진 노인들을 힘겹게 케어하고 있는 내 또래의 자식들을 바라본다.그리고 이미 하늘나라에 먼저 가 계신 부모님을 생각한다.시 속에서 마른 수건을 짜내어 닦아내는 아들처럼 될 수는 없지만 여전히 나는 아픈 자식이 되어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엄마의 마지막을 떠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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