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진짜로 원하는게 뭐에요?
자신과 대화하는 침묵의 시간
팀장 시절 우리 팀은 사업부 매출과 이익의 60% 이상을 책임졌다. 영업팀이 7개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팀이 목표를 달성하면 사업부가 평온하고 못 하면 사업부 전체가 쫓겼다. 우리 팀이 회사의 성장을 대표하는 상황이다 보니 매년 시장 성장의 몇 배를 뛰어넘는 목표가 부여됐다. 항상 숨이 찼다.
매주 영업 회의에서 달성률로 장시간 챌린지를 받을 때면 억울하고 답답했지만 변명하는 건 구차했다. 답이 없었다. 회의가 끝나면 말이 통하는 다른 팀장을 만나 넋두리하는 게 루틴이 되어갔다.
그날도 장시간의 회의를 마치고 차 한잔을 하면서 또 한차례 넋두 리를 해댄 것 같다. 그런데 여느 때와 다르게 그 팀장이 정색하며 물었다.
“팀장님, 그래서 진짜로 원하는 게 뭐예요?”
“예?”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뭐지? 아... 내가 너무 내 감정만 쏟아냈구나! 그동안 내 불만을 들어주느라 정말 지겨웠겠다.’ 미안함과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동시에 서운하고 무안했다. 그러면서도 생각하게 됐다.
‘그래,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지?’
매주 반복되는 그 상황이 불만스러웠지만 어떻게 변화하길 원하는 지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누구든 그 역할을 해야 한다면 공채로 오래 근무해 온 내가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그저 해 왔었다. 그 날 그 질문을 받고 처음으로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난 왜 불만스러운 걸까?’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니 내가 맡은 일의 중요도와 기여에 대해 인정받고 싶다는 마음속 깊은 욕구가 튀어나왔다. 내 위치가 당연히 그래야 하는 자리라는 상사의 인식이 서운했다. 힘든 일을 맡기 싫은 게 아닌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를 깨닫고 나니 어떻게 되면 좋겠는지 다시 한번 나에게 물어보게 되었다.
‘어떤 방식으로 인정받고 싶어?’
결론은 ‘말로 인정받는 것’ 그리고 ‘실질적인 보상’ 두 가지였다. 나보다 짧은 경력임에도 불구하고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입사한 팀장들을 볼 때마다 어쩔 수 없는 서운함이 쌓였던 것 같다. 물론 회사 입 장에서는 공채 간의 형평성 차원에서 내 요구를 들어주기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알고 나니 시도해 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사업부장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그동안 서운했던 마음과 원하는 것 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고 사업부장은 내 마음을 이해한다며 미안해했다. 결국 그 해 나는 진짜로 원하던 것들을 모두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터 다시는 불평하지 않았다. 대신 원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렇게 불편했던, 하지만 나를 정신 차리게 했던 강력한 그 질문을 뜻밖에 코칭을 배우면서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고객이 내면에 뭔가 원하는 게 있는데 말이 겉돈다는 직감이 올라 올 때 조금은 도전적으로 던져보는 질문이다. 처음엔 혹시나 고객에 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선뜻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그 질문에 스스로 답하면서 진짜 원하는 걸 알아차렸듯이 고객 또한 그러하리라 믿고 목소리와 표정에 진심을 담아 조심스럽 게 시도해 본다.
“고객님, 고객님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진짜로 원하는 건 뭘까요?”
내가 그랬던 것처럼 조금은 불편한 침묵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 느낌을 알고 있으니 속으로 응원하며 기다려 본다.
“아... 제가 가족들에게 가장으로 인정을 받고 싶었던 거네요.”
“아... 제가 진짜 원하는 건 학교를 그만두는 게 아니라 나만큼은 좋은 선배가 되는 거예요.”
ICF(International Coaching Federation, 국제코치연맹)는 코칭 핵심 역량 7번의 ‘알아차림을 불러일으킨다’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규 정하고 있다.
“강력한 질문, 침묵, 은유, 또는 유추와 같은 도구와 기술을 사용하여 고객이 통찰과 학습을 가능하거나 용이하게 한다.”
- ICF 코칭 핵심 역량 -
특히 알아차림이나 통찰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의 하나로 ‘고객에게 도전’하길 권하고 있다. 강력한 질문이란 어떤 질문일까? 잠시 말문이 막히고 불편함이 올라오더라도 그 질문을 통해 스스로를 탐색하 고 인식하여 성찰하게 하는 질문이 아닐까?
강력한 질문을 받고 마음속 깊이 가라앉아 있던 욕구를 차분하게 들여다보며 자신과 대화하는 침묵의 시간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그래서... 지금 진짜로 원하는 게 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