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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성이 Jun 12. 2022

<책리뷰> 레이디 수잔


돌파와 탈출


영국의 대표적 여성작가 제인 오스틴은 1775년 잉글랜드 햄프셔 주 스티븐슨에서 8남매 중 일곱째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 조지 오스틴은 옥스퍼드 대학교를 나와서 지역 교구 사제를 지냈다. 오스틴은 사제의 자녀이므로 신분상 젠틀맨 계층이지만, 형제자매가 많고 교구가 크지 않아 가정 형편은 넉넉하진 못했다. 아버지 조지 오스틴은 가난한 사제였지만 500권이 넘는 장서를 보유했다. 옥스퍼드를 다녔던 오빠 제임스와 헨리는 함께 문예 잡지를 창간하고 시를 쓰며 연극을 했다.


어린 제인 오스틴은 아버지의 서재를 마음대로 드나들었고, 이웃 르프로이 부인의 서재에서도 책을 빌려볼 수 있었던 덕에 문학적 지식력을 키웠다. 제인 오스틴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읽고, 쓰고, 읽히기를 원했다. 아버지 조지 오스틴은 19살이 된 제인에게 생일 선물로 글쓰기용 책상을 주고, 딸의 작품을 출판하려고 가장 먼저 시도했을 정도로 딸의 재능을 믿고 지지했다.         <출처:위키백과>





<레이디 수잔>은 제인 오스틴이 열여덟에 쓴 첫 작품으로 1793경 집필 된 것으로 추정된다.

초기 습작 작품으로 오스틴 사후에 정식 출간된 작품이다.


18세기 당시에 유행했다던 서간체 형식으로 총 41통의 편지글로 엮어져 있다.


등장인물이 자신만의 목소리와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전달하는 양상으로 짧은 분량이지만 다채로운 이야기로 읽힌다.


주인공 수잔은 남편을 잃은 지 4개월 남짓 지났을 뿐이지만, 타고난 매력과 교양으로 사교계를 뒤흔드는 요주의 인물이다.


자신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소문을 의식한 나머지 시동생 부부가 머물고 있는 처칠에서 당분간 조용히 지낼 요량으로 방문하면서 그녀를 둘러싼 주변인들의 동요와 변화를 편지글로 풀어내었다.


수잔의 동서(캐서린 버논)는 결혼할 당시 수잔이 자신의 결혼을 반대했다는 앙금이 남아 수잔의 방문이 그다지 반갑지 않다.

그러나, 수잔을 막상 만나고 나니 그녀의 매력에 스며들 정도로 수잔은 뛰어난 언변과 교양으로 주변인들에게 다정함을 잃지 않았다.

자신을 경계하고 의심하는 사람임을 분명 알고도 친절과 다정을 베푸는 수잔의 처세술은 대단하다.


특유의 언변과 교양으로 친절과 다정함을 베푸는 수잔



한편, 수잔의 하나뿐인 딸 프리데리카는 열여섯 살로 엄마와는 사뭇 다른 성격으로 수동적이고 내성적이다.

수잔은 딸을 돈 많고, 뇌는 콩알만 한 제임스 경과 결혼시켜버리고 싶어 딸을 닦달하며 딸과 갈등을 겪는다.

결혼을 조건과 방법으로 삼는 엄마 수잔과 사랑과 애정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결혼을 생각지 않는 모녀의 갈등은 당시 결혼에 대한 오스틴의 비판과 의구심이 보인다. 프리데리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조심스레 피력한 것은 아닐까 싶다.


엄마 기대에 못 미치는 딸이지만, 자신만의 생각을 키우는 중


엄마 수잔은 결혼의 장점을 최대로 이용하여 돌파구로 삼는 방법을 택했고

딸 프리데리카는  결혼의 단점을 최대한 피하는 탈출구를 찾고자 했다.



18세기 당시 여성의 선택지는 결혼이 유일했다. 게다가 남편과 사별하고 딸이 있는 여성의 재혼은 그리 만만치 않았을 일이다.


남편을 잃고 경제적, 사회적인 열세를 만회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돈 많은 남자와의 결혼만이 누리고 싶은 화려하고 평온한 삶을 지탱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

수잔은 그 길에 안착하기 위해 개인적인 역량을 발휘하여 쟁취했다.

<레이디>라는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세상의 잣대와 기준 따위는 특유의 당당함과 뻔뻔함으로 걷어차버렸다. 아주 우아하고, 기품있게 말이다.




21세기 요즘에도 남편 잃고, 자식을 홀로 키우며 살아가는 일은 녹록지 않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엄마는 지금의 나보다도 어린 나이에 혼자되어 우리 4남매를 홀로 키워 오셨다.

그 당연하다고 생각된 일들이 요즘 뒤늦게 미안하고 고마운 감정이 해일처럼 밀려온다.

엄마니까 요구되고, 보호자로 강요당한 삶은 아니었을까?

이제 그 당시의 엄마보다 더 나이를 들고 보니

엄마에게 한 번도 다른 선택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본 적이 없는 나 자신의 이기심이 괴로울 때가 있다.

인간이기 보다 오직 나 엄마로만 인식되고, 인정한 나의 철딱서니 없음을 반성했다.


연상연하 커플이 대수롭지 않고, 이혼과 재혼이 별스럽지 않은 요즘 세상이다.

그러나, 200년 전 영국 시골 마을에서 연하인 레지날드(캐서린의 남동생)를 얻기 위한 작업을 거는 수잔의 모습은 낯설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하다. 제인 오스틴이 가부장적인 세상에서 가장 약자였을 사별한 여성 주인공에게 심어준 발칙함과 당당함에 은근 통쾌함이 느껴졌다.


마냥 세상에 항복하여 끌려가는 삶보다는 주체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한 모습이 더 크게 보여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18세기, 18살의 제인 오스틴이 만들어 낸 수잔은 요즘 안방극장에 악녀라 할지라도 전혀 손색이 없는 캐릭터였다.

제인 오스틴은 수잔을 통해 남성들의 세계를 조롱하고, 당시 가부장적인 세태를 비판한다.


그녀의 딸은 새로운 시대에 나아갈 길에 대한 질문을 소심하게, 그러나 담담하게 던지는 모습으로 제인 오스틴의 다음 작품이 기대하게 되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한다.


2016년 이 작품을 원작으로 영화도 만들어졌다.

사후에 발표되고 그 후로 영화로도 재조명되는 레이디 수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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