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편히 지내세요.
어머니 요양원에 들어가신 날(2024.9.19.)
잘 잡숫고, 잘 주무시고, 편히 지내세요. 어머니께 좋은 일, 잘 결정한 일이 되기를 온 마음으로 빌어요.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말 같아 죄스러워요.
나는 늘 어머니 곁에 있을 거예요. 요양원까지 걸어서 13분 거리. 일주일에 한 번 면회가 허락되지만, 병원도 같이 가야 하고, 갖은 구실을 만들어서 어머니 얼굴 뵈러 찾아갈 거예요.
변명 같아요. 무슨 말을 해도 변명이겠지요.
요양원까지 손 맞잡고 함께 걸어가면서 속으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우는 모습을 보이는 게 나쁠 것 같아 참았어요. 어머니도 지금 요양원에 들어가고 있는 거란 걸 아셨을 거예요. 아셨죠? 그렇지만 내가 하자는 거니까, 아무 말씀 안 하신 거죠? 미안해요.
가을 겨울이 다가오는데 추운 제 자취방 바닥보다 따뜻한 요양원의 침대가 낫고, 제가 차려드리는 거친 밥보다 요양원의 따뜻한 죽이 이가 없으신 어머니가 드시기 편하실 거예요.
시람을 바보로 아나?
그래도 엄마 아들이 같이 사는 게 좋지. 그런 생각이셨나요? 그렇게 말씀해 주셨으면 나는 죽어도 어머니 요양원에 안 보내드렸을 거예요.
치매. 기억력, 판단력, 지남력 약해진 어르신들 이상행동도 많이 보이신다는데, 어머니는 말씀을 안하시는 증상, 무덤덤하고 의욕 없는 증상이 나타났어요. 내가 잘못해드려서 그런가, 하는 고민이 제일 컸어요. 씻고 먹고 자고 안마해드리는 것 외에는 혼자 말하고 익살 부리고 재롱 떠는 거밖에 해드릴 수 없는 것 같아 늘 슬펐어요.
요양원은 프로그램도 있고, 다른 분들도 많아 내가 자주 찾아뵙기만 하면 어머니께 더 나을 거라 판단했어요.
어머니. 이제 편히 지내세요. 제가 틀림없이 일주일에 한번 면회갈 거구요. 병원에 가면 지금까지처럼 간병인 안쓰고 직접 간병 할 거예요. 2년 반 동안 고생 많이 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