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거의 일상인 나는 다른사람들처럼 그 날 있었던 일들을 SNS에 가끔씩 올리곤 한다. 그러다보니나의 취미생활이 거의 드러 나고 말았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재주가 참 많으세요!" 라든가
"도데체 못하는게 뭡니까?"
묻곤 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당황스럽다. 남들보다 취미를 좀 더 많이 가지고 있을 뿐이고 꾸준히 오래 하다보니 저절로 좀 잘하게 됐을 뿐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야말로 타고난 재주라곤 없는 사람이다. 모든 것이 보통의 수준에 있는 지극히 평범한 여자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특별히 잘했던 것은 전혀 기억에 없다. 그냥 뛰어놀기를 좋아했고 만화책을 즐겨봤을뿐이다.
어릴 때 학교공부만 제외하고, 배움에 대한 열망이있었는데 아버지가 워낙 고지식하셔서 공부 외에 다른 잡기를 배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아버지께서는 자주
“공부가 하기 싫으면 나가서 일을 해라”
라고 엄하게 말씀 하셨기 때문에공부는 하는 척만 하고 만화와 소설책을열심히 읽었다.
성인이 되어 부모님 곁을 떠난 이후부터 나의 진짜 인생이 시작되었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겼다.
수첩에 내 나이를 적고몇 살에는 무엇을 하고, 몇 살까지 무엇을 배울것인가를 틈만 나면 적어보곤 했다. 그래서 몇 살, 몇 살에 그것들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되어있을지 가늠하고 상상하면서 짜릿함을 느끼곤 했다.
물론 내가 계획했던 그대로 모두 할 수도 없었고 다 하지도 못했다. 계획에 차질을 빚게 하는 것은 거의가 금전적 문제가 컸다. 무엇을 배우던지 간에 돈이 들어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20대에는 면세점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많은 것들을 동시에 할 시간이 없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이나 되어야 퇴근했기 때문에 나를 위해서 쓸 수 있는 시간은 새벽과 밤 시간이었다.
가장 먼저 검도와 붓글씨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출근 전에 검도를하고, 퇴근 하자마자 서실에 다녔다.
검도는 인생의 수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했지만, 붓글씨는 젊은 날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 아까워서 하다 말다를 반복했었다.
그러다가 8년쯤 전부터는 꾸준히 글씨를 써서 서예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서울에 오자마자 국립국악원에서 거문고를 2년간 배우기도 했다.
그 후는 개인레슨비가 너무 비싸서 더 이상 배울 수가 없었다. 결국 20년쯤 지난 후에 다 잊어버린 상태에서 다시 개인 레슨을 3년간 받았다.
그래서 지금은 그나마 혼자서 즐길 정도는 되었고 가끔씩 다른 분들과 합주를 하기도 한다.
활쏘기도 처음 배우기 시작했던 국궁장에서 27년째 수련 중이다.
나의 취미생활이 대 부분 전통적인 것인 이유는 공자님 덕분이다. 논어에서 ‘흥어시(興於詩),입어례(入於禮),성어락(成於樂)’이란 말을 발견하고는 크게 느낀 바가 있었다. 시에서 감성을 일으키고, 예를 통해 바로 서고, 음악으로 전인적 인간이 완성된다는 뜻인데 그 구절을 읽고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인간 형성의 길을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정신과 육체와 마음에 좋은 영양분을 줄 수 있는 것을 고를 때 옛 사람의 발자취를 쫓았던 것이다.
몇년 전부터는 새로운 취미가 몇 개 더 생겼다. 어렸을 때부터 강물을 워낙 좋아해서 웨이크보드를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수상스키까지 타게 되었다.
검객이라면 말을 탈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승마도 시작을 해서 8년째 즐기는 중이다.
승마나 웨이크보드와 같이 이런저런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취미들을 맛만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수년간 꾸준히 하다 보니 즐길 만큼은 되었다.
잘하는 만큼 즐거움의 폭도커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무엇이든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될 때까지 시간 투자를 많이 하려고 애쓴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는 모습은 남들이 보기에는 재주가 좋은 것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특출 난 것이라곤 전혀 없다.
평범 이상도 이하도 아닌 보통의 여자일 뿐이다.
오히려 나야말로 재주를 타고난 사람들이 부러웠고, 부럽다.
사실내 주변에는 훌륭한 감각의 DNA를 타고난, 진짜로 재주가 좋은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들은 배운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글씨를 멋들어지게 쓰고, 악기를 연주하고, 현란한 기술로 웨이크보드를 탄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의 평범함과 부족함을 느끼곤 했다.
그나마 다행히, 낙천적인 성격이라 평범한 자신에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뭔가를 잘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밖에 없고, 꾸준하게 해 나가면 언젠가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