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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a 미아 May 16. 2021

그래, 이 정도 비는 봐줄 수 있어요.

#산청에살어리랏다 #퇴사요양일기

침실의 창문 그리고 설기

내가 묵는 펜션의 겨울방 침실에는 창문은 있지만, 커튼은 없다. 햇빛을 막아줄 커튼이 없으니 아침이면 자연스레 눈이 떠지곤 한다. 일어나는 시간은 대략 8시 30분쯤. 오늘 아침엔 투둑 투둑- 하고 떨어지는 빗소리에 귀가 먼저 떠졌다. 음- 주말 동안에는 비가 온다고 했었지. 괜히 비 오는 날은 이불속에서 더 뭉개고 싶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평소라면 일어나서 대충 기지개를 피고 설기의 배변을 위해 밖으로 나갔을 터지만, 오늘은 조금 더 뭉개고 나갔다. (설기야 모닝 피피가 급했다면 미안해!)

집에서 챙겨 온 드립 커피들, 이 중에서 천 개의 언덕을 마셨다.

겨울방에서 바리바리 커피와 아침을 챙겨 벤치로 나왔다. 삼장면에 오고 나서 커피숍에서 테이크 아웃한 적이 손에 꼽는데, 흠 되곱아보면 지에스25 편의점에서 한 번 먹은 정도..? 무튼 매일 마시는 커피는 집에서 가져온 커피로 해결한다는 의미인데. 아침에는 내가 챙겨 온 몇 가지의 커피 중에서 무얼 마실지 고민했다. 심사숙고하기보단 오늘의 날씨와 가장 어울리는 이름의 커피를 집었다. '천 개의 언덕'. 숙소 앞에 펼쳐진 산봉우리들이 하나하나의 언덕과 비슷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 모쪼록 커피를 마시고, 야외 벤치에 앉아 영상편집까지 만지작거렸던 오전이다.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풍경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오나 보다. 가랑비 정도만 내려준다면 그 정도는 봐줄 수 있을 정도라고 혼자 생각했다. 내가 뭐라고.. 허허.. 사실 나는 비를 좋아하지 않는데, 비가 오는 날이면 옷이 젖는 게 영 별로이기 때문이다. 함께 따라오는 축축함도 그 별로인 감정에 한 몫하는 요인이다. 그런데 삼장면에서는 두 발과 바지 밑단이 젖어도 아무렇지 않다. 그냥 이게 더 자연스러운 느낌이랄까.


비가 와서 인지 공기가 맑고 바람이 시원하다. 비 오는 날의 불쾌함은 찾아볼 수 없다. 청청함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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