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로그 #내일배움카드 #나를지키는방법
매일의 무기력함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루틴을 만드는 게 가장 효과적인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백수가 되면서 하루가 텅 비는 날들이 많았다. 워낙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가 준비없이 휴식을 맞이하니, 계획은 나름 세웠지만 얼타기 마련. 얼타던 나의 6월과 7월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해방감에 즐거웠지만, 또 그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괴롭히기도 했다.
나는 내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사실에 민감했고, 종종 불안한 상태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일주일에 가장 자주 보는 애인의 표정과 말 한마디에 내 기분은 자주 바뀌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나의 기분을 좌지우지하는 축이 타인에게 있으면 있을수록 괴로운 건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나의 에고(ego)를 단단하게 다지는 일에 집중했다.
상대에게 많은 기대를 하지 않기.
내가 그려놓은 '이상적인 애인'이라는 틀에 현재 애인을 맞추려들지 않기.
무언가를 시작하기(디자인, 태권도).
하루의 기분을 기록하기(일기든 사진이든).
그래서 오래전부터 배우고 싶다고 노래만 부르던 디자인 수업을 진짜로 듣기 시작했다. 디자인과 더불어 ui/ux, 그리고 간단한 코딩을 배우는 중인데, 내일 배움 카드로 배우는 수업이라 400여만 원의 수업료는 나라에서 내준단다. '오~ '싶겠지만, 겪어본 학원 중 가장 빡빡한 시스템으로 수업이 운영된다. 얼마나 빡세냐면, 학원 수업은 월화수목 금요일에 9:30~18:30까지 full로 러닝 되고, 이런 주중 스케줄을 4개월간 따라야지만 수료할 수 있다. 호호.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아무튼 학원 라이프를 시작한 지 어느덧 1달, 내 삶에 규칙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불안했던 마음도 가라앉기 시작했다. 내가 덜 불안하니 주변 사람들에게도 덜 의존적이게 되고, 마음에도 공간이 생기는 듯하다. 제대로 숨을 쉬고, 주변을 둘러보고, 나를 마주 보는 연습 중이다. 무기력함과는 더 이상 자주 만나지 않는다. 가끔, 아주 가끔 느껴질 때면 좁은 원룸을 나와 일단 따릉이를 탄다. 무기력 대처법으로써 따릉이는 아직까진 잘 먹힌다. 학원 수업이 마무리될 때쯤, 11월의 나는 뭘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