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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유-05] 나의 집짓기

아쉬움. 과연 한 번 더 지으면 잘할 수 있을까?

by 박경규 Mar 2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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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와서 본 지붕 풍경이 좋아, 설계변경을 하게 되었다.

구체적인 공사과정과 우여곡절은 생략한다. 2018년 가을부터 지어서, 2019년 8월 12일에 이사 들어와서, 2025년 4월까지 6년 가까이 살아본 우리 집의 아쉬운 점부터 살펴보자.


먼저, 계단 오르내리기다. 이사 온 지 2,3일째가 되니 이상하게 다리가 아팠다. 처음에는 이해를 못 하고, 무슨 일이지 했는데, 3층집을 오르내리기가 은근히 힘들다. 그전에 살던 집도 3층이 주인집이긴 했는데, 계단으로 3층으로 올라와서 동일한 층내에서 이동하는 것과 1,2,3층의 방과 공간을 이동하며 사용하는 것은 달랐다. 요즘은 물건을 계단 아래로 던지거나, 아래에서 반만 올라가고 위에서 반을 내려와서 물건을 전달하거나, 인터폰과 전화를 통해서 이동을 최소화하는 게으름의 달인이 되어가고 있다.

좁은 느낌의 거실(대신, TV가 작아도 영화관 느낌?)

둘째로, 솔직히 운동실을 넣느라 나머지 공간이 전체적으로 좁아지긴 했다. 2층높이의 체육관과 계단공간이 생기면서, 건평은 54평이지만 실제 개개의 침실은 최소화된 느낌이다. 물론, 거실도 좀 좁긴 하지만, 그건 여러 집에 살아보면서 거실이 굳이 넓을 필요가 없겠다고 애초부터 계획했었다. 어쨋든 정작 사는 우리들은 괜찮은데, 구경 온 사람들이 좁아 보인다는 얘기를 한다.


셋째로, 오랜 세월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 집이 되기 위해서, 튀지 않는 무난한 실내디자인과 무채색 중심의 색채를 선택한 탓인지, 밋밋한 느낌이 있다. 그래도 무채색의 도화지처럼 적절히 소품을 잘 배치하면 커버가 될 텐데, 정리에 게으르고, 인테리어나 소품 등을 고르고 배치 미적 감각이 많이 부족하여, 실내 분위기가 시쳇말로 쫌 없어 보인다. 

전문가가 촬영한 그럴듯한 힘 준 외형

넷째로, 처음에 총 40평의 2층집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도 커지고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가고 중간에 설계변경이 들어가면서, 건축비가 많이 들었다. 설계비, 붙박이가구, 싱크대, 에어컨 등 기타 부대금액을 제외하고, 처음 매입 시 포함된 필지조성비와 순수건축비를 합하면, 거의 평당 950만 원에 가깝다. 일생에 한 번 짓는 집인데 사소한 걸 뭔가 전체적인 균형이 깨지거나 문제가 생기면 후회할 것 같아서, 과감한 결정을 하기가 참 어려웠다.

뭐, 잔디깎이가 그렇게 어렵진 않다

다섯째, 단독주택에 살면, 기본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잡다한 일들이 있다. 잔디깎이, 잡초 뽑기 등은 약과고, 동네 길고양이들이 우리 집을 지나치게 사랑하여 그렇게 넘어 들어와 화장실로 이용한다. 어쩔 수 없이 비둘기방지망이라는 PVC소재 망으로 울타리와 뒷마당의 진입구역을 막아야 했다. 게다가 집 구조가 특이해서 거미들이 곳곳에 신나게 거미줄을 친다. 진흙으로 만들어진 작은 벌집들도 보여서, 식겁했다. 열 수 있는 창이 작고 모기장을 탈착해야 해서 유리창 청소가 쉽지 않고, 모퉁이에 있는 ㄱ자 유리창은 더더욱 어렵다.

막 완공되었을 때 드론 촬영

여섯째로, 마감이 아쉽다. 나름 믿을 수 있는 시공사에 맡겨서 구조적으로는 튼튼하고 기본적으로는 잘 지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시공이라는 것이 시공사에서는 전체적인 관리를 하고, 여러 개별 팀이 모듈화 되어 들어오는 구조다 보니, 어떤 파트는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지붕 도장팀이 신발에 페인트를 묻혀 베란다에 발자국을 남겨놓은 일이나, 마이너스몰딩이나 실리콘 마감을 빼먹거나, 체육관 벽면 하단의 나무가 습기로 변색이 됐던 일, 사각지대가 생기는 CCTV의 위치, 도배마감이 거칠고 도배지가 약한 점, 작업 후 시멘트 슬러지를 필지에 버리거나 묻는 일, 소소한 문제들이 제법 있었다. 

3층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지붕들과 태양, 노을

건축에서 일반적으로 하자보수는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라고 해도, 문제는 하자보수가 늦고, 오히려 하자보수 후에 마감상태가 더 나빠져 버려 속상한 일이 많았다. 최악은 누수였다. 매년 '건축명장'으로 선정되는 전문 시공사였기에, 누수가 생길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다. 그런데, 거실창과 운동실 창 위에 틈이 생겨 빗물이 새어 들어와, 내부 목재가 부풀고 물이 벽을 타고 쏟아졌다. 솔직히 너무 충격을 받았다. 현장소장에 대한 배신감이 너무 컸다. 


집 지은 것을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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