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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a yoon Aug 28. 2022

초보 수영 일기

무한반복의 시간

여름의 중턱에서 수영 강습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등록 당일 정원 마감이 될까 봐 초조한 마음으로 퇴근 시간까지 버티다 곧장 달려가 초급반 등록을 해버렸다. 미스에이가 데뷔했을 때 난생처음 수영을 배운 적이 있다. 그러니까, 십여 년도 훨씬 전이다.(수영장으로 가는 길 항상 미스에이 데뷔곡을 들었다). 3개월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포기했다. 수영 강사가 매일같이 몸에 힘을 빼라고 닦달하는데, 나무토막 같은 내 몸은 말을 듣지 않고,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 보다 하고 멈추어 버렸다.


그런데, 다시 수영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피어오른 건 더 나이가 들기 전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해보고 싶은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미 마라톤으로 불가능의 세계가 없다는 걸 경험했기에, 겁 없이 또 도전장을 내밀어본다.



"저 요즘 수영 배워요 "

"수영장, 텃세 심하다고 하던데, 괜찮아요?"

[ 텃세 : '먼저 자리를 잡은 사람이 뒤에 들어오는 사람에 대하여 가지는 특권 의식. 또는 뒷사람을 업신여기는 행동' -네이버 사전-]


요즘 수영 배우고 있다 하면 바로 날아오는 질문이다. 무심할 수 없는 문제라 은근 신경 쓰였지만, 현재까지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운전을 처음 시작했을 때 초보운전 딱지를 빨리 떼고 싶듯 지금은 빨리 초급반을 마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다.


수영 강습일 첫째 날, 어리바리하게 움직이지 말아야지 하고 미리 등록하러 간 날 동선 파악을 해두었다. 수영장 입장까지의 리허설을 해본 것이다. 탈의실로 들어가 샤워실로 입장하는 동선을 익히고, 첫날은 조금 일찍 도착해서 샤워실에서 수영장 입장까지 무난하게 통과했다. 까마득한 옛 기억을 더듬기엔 생각나는 게 하나도 없는 무지의 상태라 수모 쓰는 법까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미리 익혀야 했다. 수모를 쓴 것만 봐도 초급인지 눈에 들어온다고 하니 말이다. 안경점에서 도수가 들어간 수경을 주문해 구입하고, 몸에 맞는 사이즈의 수영복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에 가서 입어보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샤워용품까지 세밀하게 준비하고 나니 드디어 수영인으로서 준비가 완벽하게 된 것 같았다.


 


어색함이 온몸을 휘감고 있었지만,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은 다 그런 것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초급반에 모인 회원들은 모두가 비슷한 표정과 분위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누가 봐도 '저 수영은 처음이에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대의 그야말로 남녀노소가 다 모인 초급반이었다. 첫째 날의 열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옅어져 가는 것이 확연하게 눈에 보였다. 바글바글거리던 수영장이 일주일이 지나고 보름이 지날수록 급격하게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신기하게도 매일 꾸준히 빠지지 않고 나오는 사람들은 선두 그룹에서 출발하고 있었다. 결석만 하지 않아도 차곡차곡 실력은 쌓여갔다. 호흡, 발차기, 팔 동작을 무한 반복하는 시간의 합이 혼자서도 물에 뜰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옆 레인의 중급반 회원들이 멋지게 혼자서 자유형을 하는 모습을 흘깃흘깃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볼 날도 며칠 남지 않았다는 설렘도 채워졌다.



"성숙한 도구, 꾸준함"

세상은 두뇌 싸움이기도 하지만 꾸준함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인생은 머리 좋은 사람만 유리한 게 아니라 꾸준한 사람도 유리합니다. 아이큐가 높지 않아도 손재주가 떨어져도, 오랫동안 반복하면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오랫동안 하면 잘할 수 있습니다. 꾸준함이 대부분을 수렴하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멋진 성과가 내 경험이 되기에는 꾸준하게 반복하는 것 이상이 없습니다. 하나를 꾸준하게 하려면 나머지는 모두 포기해야 합니다. 결국 매일매일의 포기가 성공을 만드는 것입니다. 한 가지를 제외한 모든 걸 시시때때로 포기하는, 포기의 용기가 차별을 만드는 전술입니다.

- 오십에 읽는 논어中, 최종엽 지음 -


가기 싫은 마음, 쉬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고 꾸준하게 수영장으로 발길을 돌릴 때 멋지게 수영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꾸준함이 승리하는 그날, 바다 수영을 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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