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간직한 사람에게
슬픔을 간직한 사람에게 물었다.
"당신이 가장 기쁜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러자 한참을 생각하고 머뭇거리더니 대답했다.
"이 슬픔이 선명하게 느껴질 때요."
물어본 사람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재차 물었다.
"아니요, 슬픈 것 말고 가장 기뻤을 순간이요."
그러자 말 끝나기가 무섭게 대답했다.
네. 슬픔이 선명하게 느껴질 때가 가장 기뻐요.
슬픔이 희미해지면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저는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어져요.
슬픔이 너무 희미해지면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그 어떤 고통도 느껴지지 않아요.
간혹 가다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려요.
저는 제가 갖고 있는 슬픔을 선명하게 느낄 때가 가장 기쁘고 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