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과일을 많이 먹었을 때가 있었다. 다양한 종류의 과일을 양껏 먹었다. 하루의 한 끼는 과일로 식사를 할 정도였다. 나는 믿고 있었다. 과일을 많이 먹으면 모든 건강과 피부미용, 그리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것들로만 채울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과일을 많이 먹으면 혈당이 올라가서 당뇨에 안 좋다는 것을 알았다. 실제로 하루에 한 끼를 밥 대신 과일로 몇 달을 먹었을 때 건강이 그리 좋게만은 느껴지지 않았다.
살아가면서 무조건 이로울 것만 같은 것에도 과하거나 넘치면 치명적인 것들이 많다. '좋은 것은 무조건'이라는 믿음이 모든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에 의심 없이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나는 어느 순간 알았다. 세상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조화를 이루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말이다. 좋은 것만 원한다고 '불운'이 생기지 않는 것도 아니고, 나쁜 것들에 빠져 있어도 '쨍하고 해 뜰 날'은 꼭 온다는 것이다.
원하는 것과 원치 않는 것에 분명한 선을 긋고 살았던 지난날이 있었다. 이제는 그 경계가 흐릿해져서 평온해진 마음을 가질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기쁨에 미친 듯이 날뛰지도 않고 슬픔에 한없이 우울해지지도 않는 단단한 내가 된 것이 너무나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