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가 부탁을 할 때엔 그 보송보송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 꼭 들어줘야 할 것 만 같고, 그래서 평소 단호박이라 자부하는 엄마도 아가한테 만큼은 거절이 참 힘들다.
그 아가가 여름부터 먹고 싶다고 하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딸기다.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기로서니 사시사철 딸기를 팔지는 않으니 조금만 기다리자, 조금만 기다리자 얘기하면서도 참 미안하고 첫 딸기가 나오면 아무리 비싸도 사주리라 나도 모르게 마음을 먹었더랬다. 맙소사. 소비에 민감한 줄 알았던 나란 인간도 엄마가 되니 어쩔 수 없나 보다.
지지난주 드디어 딸기가 나왔다. 한 소쿠리에 무려 2만 5천 원이었다. 첫애를 임신하고 딸기가 너무 먹고 싶은데 한 팩에 9천 원이나 하는 딸기를 차마 못 사고 바라만 봤더니 친정엄마가 그냥 먹으라며 사서 손에 쥐어주셨던 기억이 떠올랐다. 반팩을 집에 들어서자마자 먹어치웠던 기억도 함께.
"이렇게 비싼 딸기는 임신했을 때나 먹는 거야"
애가 알아들을 리 만무했다. 허공에 메아리치는 소리를 혼자 내뱉고는 현금 2만 5천 원을 주고 딸기를 사 가지고 나왔다. 큼지막하고 흠없이 싱싱한 딸기들을 씻어서 주니 아이 둘이 정신없이 먹어치운다. 양이 많은 줄 알았던 딸기가 저녁에 사서 이틀이 채 안 갔다. 그 후로도 딸기값은 아직 떨어지지 않았건만 냉장고에 딸기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또 딸기를 산다.
내가 변한 건가. 엄마가 되면 사람이 변하는 걸까.
소비의 패턴이 달라졌다. 돈이 있는 곳에 마음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사소한 변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엄마가 되고 내가 달라진 건가 생각해보면 내가 변한 것은 또 아닌 듯하다. 다만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의 우선순위가 조금 달라졌을 뿐.
좋은 변화인가?
생각해보면 그저 순리인 듯하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인간 DNA에 담긴 사명이 내 생각과 감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일 뿐. 이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 간질거림 들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참으로 큰 감사함인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냉장고에 딸기가 끊이지 않지만 내가 먹을 딸기는 없다. 손에 야무지게 움켜쥐고 '추릅' 소리를 내며 복스럽게 먹어치우는 너만 봐도 흐뭇한 내가 신기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