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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미 Nov 29. 2021

11. 터져버린 서러움

인간 관계의 어려움

  바쁘게 돌아가던 신문사는 사기 증진을 위하여 잠시 힐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신문사 내부에서 간단한 술자리가 열린 것이다. 이미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왔던 사람들이기에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처음에는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며 이번 마감에는 어떤 점이 힘들었고 어떤 점이 좋았는지 등등 서로가 서로에게 피드백을 해주었다. 살짝 불편해지려고 했지만 이내 옛 추억 이야기로 넘어가 신나게 술자리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러다가 분위기가 조금 가라 앉을 때 누군가가 외치는 "ㅇㅇ이 좋아하는 랜덤 게임~" 소리가 모두의 흥을 끌어올렸다. 정말 오랜만에 하는 술게임이었지만 그럭저럭 재미있게 놀았다. 


  하나 둘씩 술기운이 올라 누군가는 라꾸라꾸 침대를 펼쳐 잠을 잤고 누군가는 기숙사로 돌아가고 누군가는 잠시 산책을 갔다 오겠다며 밖으로 나갔다. 사건은 그때 발생했다. 1차로 자리가 정리되고 술을 더 마실 수 있는 사람만 모였을 때 정말 존경하고 좋아했던 부장님이 말문을 열었다.

  "내가 최근에 ㅇㅇ이랑 이야기를 해봤는데 아무래도 돌아오고 싶어하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말인데 다들 괜찮으면 우리 부서로 데려오는 건 어떨까 싶은데."


  여기에서 ㅇㅇ은 내가 쓴 글 중 '인간관계'에서 나왔던 B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렇다. 이 글은 '인간관계' 끝부분에서 잠깐 언급했던 이야기를 자세하게 하는 것이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상태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서러워서.


  물론 일을 할 때 개인적인 감정이 섞이면 안 된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다. 솔직히 모든 악감정은 배제한 채 일만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신문사 내에서 일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난 기장이었으니까 모든 동기들을 차별없이 챙겨야 하는데 그럴 자신은 없었다. B가 뭐 하나만 잘못하더라도 내가 크게 화를 낼 것만 같았고 아주 사소한 일에도 욕을 내뱉을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미 나가기로 결정된 상황이며 국장님이 내보내기 전에 전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두 반영한 결정인데 그걸 다시 번복하고 문화부로 받아준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발상인건가? 특히나 지금 남아 있는 후배인 내가 B 때문에 정말 많은 고통을 받았다는 걸 아는 사람이? 부장님의 말이 끝나자 문화부에 속한 사람들의 표정이 싹 다 안 좋아지자 말을 당황한 듯한 말투로 말을 빠르게 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최대한 피해 안 보게 온라인 퇴고를 하든, 퇴고할 때만 신문사로 오게 하든 하는 방법도 있고 당장 문화부로 들이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의견을 물어본 것 뿐이야."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다. 온라인 퇴고를 하거나 마감 때 잠깐 올라오는 사람과 수업시간을 제외하곤 계속 신문사에 와서 잡다한 일을 하는 사람이 같은 수당을 받는 불평등함은 어떻게 해결할 것이며, 이미 다 결정난 걸 이미 나간 사람의 말만 듣고 현재 구성원의 마음은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저런 의견을 발언한다는 게 말이 되는 상황인지 등등. 그러나 그때는 성격이 소심하기도 했고 술기운도 오른 상태라 제대로 나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너무나도 서러운 마음에 눈물만 뚝뚝 흘리며 깡소주를 들이켰다. 슬쩍 고개를 들어 다른 동기를 보니 그 아이는 펑펑 울고 있었다. 나와 같은 마음인 것 같다. 그러자 부장님은 더욱 당황하셨는지 웃으며 장난식으로 기분을 풀어주려 했다. 난 계속 깡소주를 들이키며 마음을 다스렸다.


  시간이 흐르고 분위기가 어느정도 풀어졌을 때 기숙사 통금 시간이 다가와 기숙사생들은 모두 들어갔고 나머지 사람들은 대충 자리를 정리한 다음에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난 치운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에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음날 들어보니 딱히 실수한 건 없었으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강아지가 올라왔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기억이 안나는 게 조금은 아쉬웠다. 그 재미있는 광경이 기억나지 않는다니.


  그 술자리 이후에는 신문사 내부에서 창피하면서도 재미있는 말이 생겨났다. 


  'one talking, two cr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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