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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미 May 25. 2021

09. 첫 기획 마지막 취재 일정

하회마을 편

드디어 마지막 취재 일정 날이 됐다. 이번에는 조금 마음이 편한 취재였다. 내 동기와 함께 떠나는 취재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동기도 마침 하회마을 쪽에 있는 박물관으로 취재를 가야 했기에 우리 둘만 가게 된 것이다. 


나름 그전부터 술도 마시고 밥도 먹던 사이라 그런지 어색하진 않았다. 기사 쓰는 얘기, 신문사 선배들 얘기, 학과 얘기 등 여러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버스는 하회마을에 도착했다. 당시 안동시로 주소를 옮긴 상태였기에 입장권이 할인됐고 동기와 난 취재비를 아껴 뿌듯했다. 우리 둘은 나중에 신문사에 돌아가서 자랑하기로 하며 하회세계탈박물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허락을 구한 후 박물관 이곳저곳을 촬영하며 돌아다녔다. 박물관 안에는 직접 탈을 써볼 수 있는 체험시설이 있어 서로 탈을 쓰고 장난치며 놀았다. 그렇게 박물관을 한 바퀴 돌았고 별다른 취재 없이 하회마을로 향했다. 하회마을 입구로 가니 해설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학예사님은 하회마을 지도 앞에서 그 역사와 전통, 사소한 이야기, 이곳에서 양반들이 즐겼던 놀이 등을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이는 사전 취재로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처음 듣는 척을 하며 많은 질문을 했고 그 덕분에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우중충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2010년 7월 31일 10번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하회마을을 방문했다. 정은희 문화 관광해설사에게 전반적인 하회마을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하회(河回)라는 지명은 낙동강 물이 동쪽으로 흐르다 S자형을 이루며 마을을 감싸 도는 데 유래했다. 동쪽에 태백산의 지맥인 화산이 있고 그 줄기의 끝이 마을까지 뻗어 아주 낮은 구릉을 이뤘다. 정 해설사는 하회마을이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이유를 설명했다. “다른 곳은 초가집이 임진왜란 때 거의 다 불타 없어졌지만, 하회마을에는 잘 보존되고 있다”며 “기와집과 초가집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고 말했다. 이어 “서애 류성룡 선생이 직접 쓴 회고록인 국보 제132호 징비록이 있고 하회탈의 탄생지이기도 하다”며 하회마을의 가치를 부각했다.
안동대신문 493호 6면


설명이 끝난 후 동기와 난 천천히 하회마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발생 전이라 관광객이 정말 많았다. 하회마을 곳곳에 사람이 다 있었다. 우리는 카메라로 현장을 담아야 하기에 혹여나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하는 분이 있을 수 있어 최대한 사람이 적은 곳을 찾아다녔다. 


삼신당, 양진당, 충효당을 돌아봤다. 정확히 양진당인지 충효당인지는 모르겠으나 큰 카메라를 들고 다니니 신기하셨는지 어떤 분이 친절히 다가와 이곳저곳을 설명해주시기도 했다.


그렇게 좋은 경험을 하고 물길을 따라 쭉 걷다 보니 그네 타는 아이들, 이를 지켜보는 부모님들이 보였다. 한복만 입고 있었다면 정말 옛 조선 때로 돌아간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돌고 돌다 보니 부용대가 보였다. 나룻배는 타지 못했지만 멀리서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절경이 나타났다. 


양진당과 충효당은 하회마을에 풍산 류 씨가 살게 된 이유와 역사가 담겨 있는 곳이다. 특히 양진당은 배흘림기둥을 사용해 편안한 느낌을 줬다. 그곳을 지나 하회마을을 감싸고 있는 낙동강을 따라 걷다 보면 소나무 길이 반겨준다. 바로 만송정 숲이다. 그 길을 지나 부용대에 도착하면 깎아지른 기암절벽이 맞이한다. 이는 허도령 설화로 유명한 곳이다. 부용대를 지나 길을 따라 쭉 내려오면 입구가 나온다.
안동대신문 493호 6면


그렇게 한 바퀴를 쭉 돌고 나오니 마침 탈춤 공연 시간이 돼 그것 또한 보러 가기로 했다. 우리는 실내에서 하는 탈춤 공연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너무 오래 돌아다녀서 그런지 배가 고팠다. 그러고 보니 삼일 연속으로 취재를 나갔는데 밥 한 번 제대로 먹지도 못했었다. 동기와 난 서로 눈을 마주치곤 바로 간고등어 집으로 들어갔다. 1인분에 12,000원. 원래 1인당 사용할 수 있는 밥 값이 7,000원이지만 우린 그냥 지르기로 했다. 그렇게 맛있는 안동 간고등어를 냠냠하고 좋은 기분으로 돌아갔다.



"편집국장님! 저희 취재비 아꼈어요! 안동시민이라 입장권이 할인 됐거든요."

"알고 있는데."

"네?"

"너희 둘 다 안동시민이라 할인되는 거 알고 있다고."

"아..."



"편집국장! 식미 밥 값 왜 이리 많이 썼어!"

"총괄국장님, 식미 삼일 연속 취재 나갔는데 쓸 수도 있죠!"

"그건 그렇지만 다른 애는 한 번 나간 거잖아."

"야박하게 구신다, 정말. 수습들끼리 그 먼 곳까지 갔다 왔는데 그럴 수도 있죠!"



감사합니다. 편집국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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