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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쭘이지부부 Apr 06. 2022

우리가 죽는다면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

유언장 영상 찍어보기

2016년 12월. 올해 마지막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서 카메라를 켜고 집안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곧 30대가 되기에 그간 어떤 삶을 살았는지 이야기해보며 영상으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카메라 뒤에는 아내가 서 있었고 간단히 준비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해보기로 했다.



혼자서 단순하게 생각만 하고 있었다면 아마 금방 잊혀졌을 것이다. 하루전의 일도 집중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는데 20대의 기억을 되짚으려면 오죽할까..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기 위해서 오히려 질문을 아내에게 부탁했다. 20대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 생각, 기억들을 물어보기 시작했고 그것에 대한 대답을 나 스스로에게가 아닌 아내에게 말하는 느낌처럼 말했다. 그냥 혼자서 중얼거리는 보다는 카메라뒤의 사람에게 말하는 느낌의 촬영이 훨씬 편하다는 것을 느끼게된 순간이었다.


여러가지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었고 '10년 후의 나에게' 말을 하던 순간이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눈에 눈물이 그렁거리기 시작했다. 지난 10년간 내가 해온 노력과 기억들이 스쳐지나가며 이젠 과거에 묻어둬야 할 것 같은 느낌들.. 자랑스럽기도 하면서 고마운 나의 삶에 대한 울림이랄까..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아내의 모습에 고맙기도 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던 와중 아내가 '만약 10년뒤에 오빠가 없다면 나에게 하고 싶은 말 없어?'라고 물어봤다. 난 이미 '만약 10년뒤' 라는 말을 듣자마자 가슴이 울컥하기 시작했다. 난 당연히 살아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10년뒤에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과.. 이 영상을 10년쯤 뒤에 아내가 본다면 어떤 느낌일지.. 감히 상상도 못해봤었던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카메라 뒤에 있던 아내도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서로 이런 상황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었다. 지금은 신혼 3개월차이고 서로의 죽음이라는건 아주 먼발치의 생각이었다. 근데 삶이란건 어떻게 될지모르는 것이라는 걸 이 순간 깨달았던 것이다.



결국 눈물을 펑펑 쏟으며 영상을 촬영했다. 그리고 아내도 반대로 소파에 앉아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담담하게 말을 했다. 난 이미 뒤에서 눈물 콧물 쏟고 있었다. 이렇게 약 20여분간의 촬영을 하게 되었고 우리 유튜브 채널 영상중 얼굴이 가장 못생기게 나온 영상이자 정말로 10년뒤에 봐야할 영상이 되어버렸다. 


의도치않게 20대 마지막 영상을 촬영하다 눈물 콧물 쏙뺐던 이 순간은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영상을 올리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기게 된 순간이었던 것 같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단순히 재미있고 돈이 되는 영상을 올리는 곳이 아니라 우리 부부가 수십년동안 보게 될 영상을 업로드하는 곳이라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에 이 영상을 업로드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만약 이 글을 보게된다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서로에게 보내는 영상을 찍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촬영 후엔 편집을 안해도 되니 꼭 비공개라도 업로드 해놓기를 바란다. 그래야 절대 영상이 잊혀지거나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난 확신하건대 그 영상은 '내 삶에서 가장 젊은 순간과 함께 서로의 사랑을 한껏 느끼는 순간'이 될거라 확신한다. 


<부부가 서로에게 유언장을 찍어본다면?> 2017. 1. 13

https://www.youtube.com/watch?v=Tff0_ZkUb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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