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시 Mar 03. 2024

어떤 이의 욕

그렇게 해서라도 마음이 풀린다면

윗사람이 바뀌면 직장 생활은 항상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건 그렇지 않은 사람이건 상관 없이.

사실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구분도 모호하다.

결국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느냐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더가 중요하다는 것은 불변의 사실이기도 하다.

(클린스만을 통해서도 또 한 번 증명된 사실이기도)

조직하면 나는 항상 매스 게임이 생각난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사람들이 쭈욱 한 줄로 늘어서서

원을 그리는 매스 게임을 한다고 치자.

원의 중심에 있는 사람은 10cm의 아주 작은 보폭으로 움직인다 하더라도

저 끝에 있는 사람은 죽기살기로 뛰어야 할 수도 있다.

리더가 별 생각없이 한 말에

실효성도 없는 일로 조직원은 바삐 뛰어다닐 수도 있는 것이다.

오싹한 일이다.


위로 갈수록 실적과 성과 드라이버 형이 많은 것 같은데

그런 상사를 지난 연말부터 만나서 개고생을 하고 있다는 친구를 만났다.

술이 들어가니 쌍욕 페스티벌이었다.

개고생을 하는데 이 정도 욕도 못하냐며 목청껏 욕을 해댔다.

마음의 응어리가 조금 풀렸기를 바랄 뿐이다.


그 친구의 하는 일을 들었더니 

그야말로 모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야근이 연말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모호하니 내부의 동의도 얻지 못한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전략 기획실(모호하긴 하지만 전략을 기획한다.)

경영 혁신팀(모호하긴 하지만 경영을 혁신한다.)

사내에 아주 넓은 내용을 포괄하는 단어를 가진 팀은 존재한다.

그런데 만약 그냥 '혁신팀'이 존재한다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의 혁신일까?

어안이 벙벙하다.

그런데 그 일을 하고 있다니 듣고 있다가 마음이 짠했다.


세상은 상식적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또 들춰보면 몰상식도 존재한다.

그 친구 상사의 얘기를 들어본다면 당연히 나름의 당당한 명분은 있겠지만

그래도

그 상사가 정신을 차리고

방향을 잘 잡아서

다음 번에 만날 때에는 친구의 '욕'이 줄어있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어떤 관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