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개학일이다. 월초가 주말이라서 예년보다 개학이 이틀 정도 늦다. 아마 새 제자 맞이 준비에 한창이었을 선생님들은 한숨 돌릴 틈이 있었을 거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개학이 월요일인 탓에 개학 첫 주가 길어서 피로감이 들기도 할 테다. 이른 아침, 창밖으로는 아이들이 등교하는 소리가 들린다.
지난 여섯 번의 3월은 내게도 새로운 제자를 맞이하는 시기였다. 새 학년이 가까워지노라면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준비를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기분이었다. 새 교실에 오는 아이들만큼이나 긴장하고 떨렸던 사람이 바로 나였다. 올해는 더 잘해보리라는 다짐, 새로 적응할 것들에 대한 막연함, 지나버린 방학에 대한 아쉬움 같은 것들로 인해 복잡 미묘한 마음 상태. 교사라면 누구나 공감할 그 기분들.
개학일에 집에 있는 기분은 어떨까. 교사 시절 종종 상상했더랬다. '분명 행복하겠지. 여유가 넘치겠지.' 했던 생각, 막상 맞이하니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출근을 걱정할 필요 없는 아침 햇살은 행복하다. 그러면서도 어딘지 모를 허전한 마음 든다. 여태 해왔던 것들, 왠지 당연스레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다는 이상한 감정이 피어난다.
'이상하다.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일을 해야 하는데.'
근로자의 관성이 아직까지는 무의식 속 남아있는가 보다.
그럼에도 나는 나대로의 일상을 보내봐야 할 테다. 일을 그만두었다고 하여 나태해지지 않기로 한다. 오늘부터는 소소하나마 원래의 출근 시간대로 일어나기를 실천해 보았다. 아침을 깨우는 것은 역시 쉽지 않다. 부지런함은 훈련하는 것이라 했다. 나의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도록 열심히 단련해야지.
등교하는 아이들은 소란하다. 새 학년을 맞아 설레는 맘인지 창밖의 목소리들이 재잘인다. 뭐가 그리도 들뜨는 건지. 삶을 대함에 있어 저들처럼 설렘만이 가득하다면 참 행복하겠다 싶었다. 실수하여 꾸중을 들어도 뒤돌며 씨익 웃어버리는 녀석들의 천진난만함이 가끔 부럽다. 부디 그 건강한 마음을 평생 잃지 말아라.
자기네를 맞이하는 선생님의 긴장과 고민을 아이들이 조금은 알는지. 어쩌면 이젠 나조차도 조금씩 잊어갈지 모를 그 감정들을. 솔직한 심정으로, 매년 찾아오는 새학기는 고통이었음을 고백한다. 봄 다가옴을 근심하고 두려워했다면 참교사가 아니었던 걸까. 판단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모두 안다. 고민은 고민할 때까지라는 것을. 막상 아이들이 교실에 채워질 때부터는 늘 그랬던 듯 익숙함이 찾아오리라는 것을. 아이들로 힘이 들 때 있다면 아이들로 치유될 때가 있다는 것도.
모든 선생님들의 새 학기에 응원의 마음 보낸다. 교직에 발을 담갔다 빼버린 민망함 조금 담아서. 요즘 협상 중인 상가 계약이 잘 마무리되면 아마 나도 곧 못지않게 바빠질 거다. 그때까지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내면을 단련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