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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S 오픈 플레이스 Nov 17. 2021

(애프터 레노베이션) 영국, 월동준비

-바이오 에탄올, 또는 가짜 벽난로


"영국의 겨울은 매년 더 힘든듯."

남편이 한낮에 저물어가는 노을을 보며 말했다.

매년 겨울이 온다.   존재감을 뽐내며.  호흡을 내쉬며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


동시에, 지금은 겨울 준비를 위해 바쁘게 움직일 때다.

영국의 여름은 준비가 필요없다. 썬크림없이 햇빛을 맞아도 "뭐 별일 있겠어." 긍정적인 기분이 들도록 밝다. 그러니 축축하고, 어둡고, 긴 겨울을 준비없이 맞는다면? 그 여파를 감당할 수 없을지 모른다.


"12월은 크리스마스와 연말때문에 밝고, 가장 즐겁게 보낼 수 있는때죠. 1월까지도 '새해야!'하고 신나는 느낌으로 참을 수 있죠. 그러나 2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비타민D의 부족이 시작되고, 3월엔 진정한 침울한 느낌이 찾아오며,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게되요. 그러니, 오래 버틸준비를

전투적으로 해야하는 거예요."

영국에서 스무 번의 겨울을 '살아남았다는' 친구는 겨울준비에 강한 의지를 다지며 말했다.


"슬리퍼"

남편은 단연코 첫 아이템이라고 했다.

한국 방문을 하고 있던 가을, 남편은 상당히 급한 마음이 느껴지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슬리퍼 하나 사줄수 있어?"


예쁜 슬리퍼를 골라야 하니 기다리라고 답을 부냈는데, 영국에 도착해보니 남편은 이미 회색 털슬리퍼를 신고 나를 맞이했다. "쇼핑몰가서 당장 샀어. 타일이 얼음같아서 샤워하고 나서 도저히 나올수가 없어서."


소소한 것을 고쳐주러 온 요티에게 넋두리를 해보았다.

"우리 공사할때 2센티미터의 가장 두꺼운 나무를 선택했고, 그 밑에도 가능한 가장 두꺼운 언더레이를 깔았잖아요. 왜이리 바닥이 차죠?"

"두꺼운걸 깔아서 이정도 예요." 요티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방마다 라지에이터가 있지만, 공기를 데우는 방식이라 간해서 바닥따뜻해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영국인들도 신발을 벗는 추세여서, 바닥에 러그rug카페트를 깔고, 실내화를 구비한다. 양털러그는 올해 겨울에도 완전히 유행이다. 몇년전 전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어그ugg에서 나오는 양털실내화는 여전히 핫하다.


영국에서도 온돌,  언더플로어 히팅 깔 수 있다. 화장실이나 키친에 간단히 전기선을 깔기도하고, 콘크리트를 붓고 물이 지나가는 호스를 까는 형태의 공사를 하기도 한다. 나의 하우스 과외선생님이었던 언니는, 바로  공사를 하고 타일을 깔았다.

"넓은 공간에 하는 공사라 물이 데워질때까지 시간이 좀 걸려요. 한국처럼 뜨겁게 느껴지지는 않고, 약간 미지근한 정도예요."


공사비의 문제로 우리는 데우는 언더플로어를   없었지만, 키친과 복도, 화장실에는 부분적인 공간에 열선을  참이었다. 그럼에도 나머지 나무바닥 공간에서는 얇은 양말로 겨울을  수는 없었다. 남편이 영국의 저렴한 브랜드 프라이막 primark에서 사온 흉측한 회색 털실내화를 마땅찮게 바라보았지만, 이제는 어디나 신고다닐수 밖에 없게 되었다. "메모리폼 실내화인데 점점 낮아져서, 이제는 그냥 바닥에 붙어있어."


또하나, 우리가 월동준비로 준비한 것은 바로 '난로'다.

장작을 때는 '우드버너wood burner' 는 영국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클래식하고 인기있는 리빙 아이템이었다. 문제는 환경과 기후를 의식하는 바람이 드디어 불고 있다는 것이다.

"무얼 하더라도, 절대 우드버너는 하지않기 바래요." 나의 하우스 과외선생님도, 공사중에 이웃에게서 비슷한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웃의 눈치가 아니어도, 나무의 부족을 야기하고 긴 겨울동은 CO2를 굴뚝으로 내보내는 우드버너를 무조건 매력적이라 할 수 없다. 2021년 봄부터는 영국 정부 역시 나서서, 벽난로와 우드버너에 젖은 나무와 화석연료를 쓰지않도록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공사 전부터, 우리 집안에는 이미 작은 벽난로가 자리하고 있었다. 90년대 느낌의 벽난로의 장식을 떼고, 전체 거실에 어울리게 현대적인 느낌으로 정리해 안쪽에 타일을 붙여놓은 상태였다. "굴뚝은 그대로니까 추우면 나무 넣어서 피워요. 아니면 근사한 우드버너를 하나 사던지요." 빌더 요티가 제안한 참이었다.


우드 버너를 선택지에서 미뤄놓은 상태에서,  다음으로 떠오른 것은 바로 바이오에탄올,  알콜을 태우는 버너였다. "까페에 있는 가짜난로 아냐? 불길만 나오는?"

공부해본 바에 의하면, 남편의 말은 흔히 있는 오해였다.

바이오 에탄올 난로도 열을 내며, 주변을 따뜻하게 한다. 종류마다 다르지만 2kw-3kw의 '전기난로' 정도의 온기를 기대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매우 낮은 Co2를 배출하며, 스모크와 연기가 없어서 깨끗한 연료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바이오에탄올도 우드버너를 벤치마크하여 클래식하고 투박한 양철 버너의 모습으로 '스타일있게' 만들어진다. Hip, hip, hooray!


몇주를 기다려, 드디어 우리집에 오게된 가장 작은 사이즈의 Bredon이라는 모델의 바이오 에탄올버너는 우드버너와 똑같이 유리문을 열고 연료를 채우고 불을 붙이는 방식이다. 연료가 물과같은 액체라는 , 굴뚝이 필요없다는 점이 다를 .


"액세서리로, 세라믹으로 만든 장작과, 가짜 연통도 있었어. 너무 진짜같아 보이려할수도록, 스스로 가짜같은 느낌이 들어서 사지 않았지만."


첫날, 우리 아이들은 가짜 난로에 마쉬멜로를 구웠다. 달고나 냄새와 함께, 온기도 거실을 채웠다.

늘어난 마쉬멜로를 먹고, 남편은 겨울의 현인처럼 한마디를 전했다.

"슬리퍼와 다른 점이 있다면, 슬리퍼는 다들 신고 어디로 가버리는데, 이 난로는 우리를 모아둔다는거야"

 "Don't speak too soon( 너무 미리 말하지마). 아직 겨울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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