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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힘날세상 Apr 27. 2024

12화 다니엘 3장


 

어머니의 성경




어머니는 필요한 곳만 찾아 성경을 읽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어머니는 구약 다니엘 3장에 나오는 사드락과 메삭과 아벳느고가 느부갓네살 왕이 세운 황금 신상에 절하지 않았다가 불 속에 던져졌지만, 하나님과 같이 불 속을 돌아다니다가 밖으로 나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부분만 읽었다.



시골교회 목사님이 주일 예배 시간에 다니엘 3장을 바탕으로 설교하면서 다니엘 3장은 꼭 읽어봐야 한다고 강하게 권면했다고 한다. 비록 눈이 어둡고, 더듬거리며 글자를 읽을지라도 돋보기와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읽어보면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생길 것이라고 한 것이다.


어머니는 돋보기를 쓰고 정말 더듬거리며 읽다가 졸고, 졸다가 자기도 하면서 다니엘 3장을 읽었는데 그 내용에 감동한 어머니는 틈만 나면 이 부분을 읽었고, 어머니에게 성경은 이것이 전부였다.


 

어머니는 느닷없이 교회에 다니겠다고 나선 아버지가 미웠다. 아버지는 제삿날마다 어머니가 차려놓은 제사상을 밀어내었다. 제사상을 진설할 때에도 생선 하나의 머리나, 배의 방향까지 시시콜콜 따져가며 격식을 차리던 아버지가 하루아침에 절을 올리는 대신에 찬송가를 부르고 있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가 있겠는가. 아버지는 안방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어머니는 동생과 함께 윗방에서 절을 올렸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가 믿는다는 그 예수를 손톱만큼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머니는 예배시간에 늦었다고 차려 준 밥상을 밀어내고 교회로 가려는 아버지 앞을 가로막았다.

“나를 택하든지 교회를 택하든지 알아서 허시오”

어머니를 밀쳐내고 성경을 집어 들고나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도대체 그놈의 교회가 무엇인가 가보자는 마음이 들어 아버지를 따라갔다.


“하나님이 그렇게 나를 인도하실 줄 어떻게 알았겠냐? 지금 생각하면 감사할 따름이지.”


 

그랬다. 나도 눈이 발목을 덮게 내리던 성탄절에 어머니와 싸우다가 목사님과 따져보겠다고 나선 것이 알량한 믿음이지만 예수를 따르고 있다.

“그게 다 그렇게 되는 거란다. 하나님의 뜻을 우리가 막을 수는 없는 거여.”


 

목사님은 찬양의 힘으로 고난을 이겨내야 한다고 설교했다. 그리고 자신이 필리핀 선교를 할 때 절망적인 순간에 생명의 외침같이 떠올랐다는 찬송(88장)을 불렀다.

 

내 몸의 모든 염려 이 세상 고락도 주님 항상 같이 하여주시고

시험을 당할 때에 악마의 계교를 즉시 물리치사 나를 지키시네

온 세상 날 버려도 주 예수 안 버려 끝까지 나를 돌아보시니

주는 저 산 밑에 백합 빛나는 새벽별 이 땅 위에 비길 것이 없도다


 견딜 수 없는 고난의 순간에도 예수가 나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지켜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기독교인들이 가져야 할 가장 근본적인 자세라고 말했다.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옆에 어머니가 앉아 계셨다. 곱게 빗어 쪽을 진 머리카락이 정갈했다. 하얗게 차려입은 소복에 눈이 부셨다. 어머니 옆에 나란히 앉은 분은 아버지였다가 예수님이었고, 다시 아버지였다.

“믿음이 너를 이끌어 줄 거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힘든 세상을 홀로 살았다. 자식들을 가르치기 위해 땅에 붙어서 살았다. 하나님이 뒤를 지켜주신다는 믿음으로 손가락이 무뎌지도록 땅을 팠다.

“하나님이 다 해주는 게 아녀. 내가 땅을 파고, 씨를 뿌려야 먹을 게 나오는 법이여. 그저 이렇게 일해서 먹고살 수 있게 지켜주기만 하면 감사한 거지.”

 

어머니는 하나님을 당신이 해야 할 일을 다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존재로 믿었을까? 인간으로서 내 이웃을 사랑하고, 내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라는 것이 예수가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그 믿음으로 하나님 곁으로 가셨을까?


 

나는 예수를 믿는 것보다는 따르려고 한다. 2천 년 전에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라 그 십자가에 달려 죽었던 그 ‘죽음’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수가 죽음으로 우리에게 가르쳤던 것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올바른 신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천국은 죽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어야 한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이루어 주실 것이라며 복을 비는 일은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지만,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 법이다.” (요한복음 12:24)

 

하나님께 무엇을 구하려고 하는 것은 욕심이고 탐욕이다. 모든 것은 내가 땀 흘려 이루어야 한다. 내가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하나님이 곁을 지켜주신다는 것을 믿고 내가 앞장서서 나아가야 한다. 내가 고기를 잡는 어부라면 하나님은 나를 물 위에 떠 있게 하는 배인 것이다.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는 것은 모두 다 내가 할 일이다. 하나님한테 고기를 잡아달라고 하면 안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하나님이 다 해주시기를 바란다.


 예수보다 더 절망적인 상황에 빠진 사람이 있을까. 세상은 자신을 죽이려고 하고, 자신이 가르친 제자가 자신을 배반하여 그들에게 팔아버릴 것을 알고 있었다. 죽음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담대했다. 그는 자신을 인도해 줄 하나님을 믿었다. 그 믿음으로 예수는 죽었고, 지금 우리 곁에 살아 있다.





이것으로 <사람, 사람들이 사는 세상>의 연재를 마치려고 합니다. \


연재의 부담에 짓눌리면서 야금야금 '글태기'의 수렁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올바른 글이 무엇인가 고민하면서

작가님들의 주옥같은 글을 읽으며,

수필 공부에도 채찍을 가하려고 하는데 마음만 앞서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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