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응, '너무'는 부정적일 때만 쓰는 말이거든. 그래서 '너무 기분이 좋아요.'같은 말은 '아주 기분이 좋아요.'나 '매우 기분이 좋아요.'라고 해야 하는 거야.
ㅡ아닌데요. 선생님이 그렇게 말해도 된다고 하셨는데요.'
선생님이 틀렸다고 말하려다가 얼른 그만두었다. 선생님이 그렇게 말했다면 무언가 짚어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얼른 사전을 찾아봤다.
너무
부사 정도에 지나치게
예) 너무 빨리 달리다. 이 문제는 너무 어렵다.
국어사전에 실려있는 내용이다. 보는 것처럼 '너무'는 부정적인 상황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그러나 오늘 많은 언중言衆은 긍정적인 상황을 표현할 때에도 거침없이 사용하고 있다.
번쩍 떠오르는 생각. 혹시? 그랬다.
너무
부사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
깜짝 놀랐다. 단어의 뜻이 바뀌었다.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한 표준국어대사전에 이렇게 실려 있다. 이것을 보신 손녀의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치신 것이다. 부끄러웠다.
언어는 언중들의 약속이고, 그 약속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게 된다.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립국어원에서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여 표준어가 되는 것이다. 짜장면(자장면)이 그렇고. 상추(상치)가 그렇다. 사람들이 짜장면, 상추라고 썼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너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긍정적인 상황에도 사용하고 있었기에 긍정적인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뜻으로 바꾼 것이다.
2015년에 바꾸었는데 명색이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이면서 그것을 모르고 있었으니. 바뀐 사실을 몰랐다고 변명하기에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쳤는지 참 죄스럽다. 국립국어원에서 공식 발표를 할 때 대개는 언론에 보도되는데 적어도 학교에는 알려줬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등굣길, 최솟값, 배춧국은 어떤가. 국립국어원은 아직도 사잇소리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등교길, 최소값, 배추국이라고 알고 있고, 사용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것은 학술적 의미를 내세워서는 안 된다. 예전에 내과內科를 냇과로 표기하라고 해서 병원들이 간판을 바꿀 수 없어 붓으로 'ㅅ'을 표기해 놓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잇소리 규정에서 한자어로만 이루어진 합성어에는 사이시옷을 붙이지 않는다고 되어있다. 단, 찻간, 곳간, 툇간, 횟수, 숫자, 셋방 이 여섯 단어는 한자어로 된 합성어지만 사잇소리를 사용한다고 되어 있다.
언어는 약속이니까 그 약속을 바꿔서 언중이 쉽게 사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셋방, 전세방, 전셋집이라고 쓰라고 하니 얼마나 헷갈리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