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구 Oct 24. 2023

학교에서의 일주일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월요일은 다른 날에 비해 교문을 통과해서 들어서는 학생들의 줄이 유난히 길다.

교문을 지나려면 두 명의 가드로부터 책가방 검사를 받는다. 술 담배 흉기 등 학교에 가져오지 말아야 할 물건들을 체크받고 핸드폰 등을 가져왔는지 확인받는다. 노트북이나 패드가 있다면 개인의 시리얼 넘버를 적어서 학교의 물건과 혼란이 없게 적어야 한다.


다음 관문은 주말에 내주었던 숙제들을 파일에 넣어 제출하는 줄이다. 학부모들이 많은 과제를 내주기 원하는 바람에 학생들은 주말에도 휴식을 즐길 시간이 없다. 도스라 불리는 교감은 홈페이지에 Homework이란 항목을 만들어 학년과 과목별 숙제를 총괄해서 올리고 있다.

그 후엔 데스크에 놓인 출석부에 자신의 출결을 사인해야 한다. 그런 다음 마지막으로 학생주임 앞을 통과하는데 이 과정에서 학기 등록금을 아직 미납한 사람은 잠시 면담을 거쳐야 한다.  

이렇듯 통과해야 할 절차가 많으니 각 지점마다 학생들의 줄이 길게 늘어지게 마련이다.

학교 정문
가방 검사와 출석부 사인


어려운 과정을 거치서 학내로 들어오면 오전 8시에 전교생 예배에 참석한다.

학년별 반별로 놓인 의자에 앉으면 비로소 학교의 일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만약 시간 안에 등교하지 못하면 모임 공간의 외각에 선 채로 예배에 참석한다. 벌의 개념으로 서 있어야 하고 예배를 마치면 학교 운동장에서 간단한 청소를 감당해야 한다.  


8시 30분 드디어 1교시가 시작되었다.

월요일 오전엔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을 잘 못한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과 나누고 싶은 얘기도 많고 아직 공부에 집중할 만한 준비가 안 된 셈이다.

수업을 진행하는 나도 월요일은 좀 버거운 느낌을 갖게 된다. 우리 학교는 쉬는 시간이 없이 50분 수업이 연이어 있고 11시 50분이 되어야 15분가량의 빵과 티타임이 주어지니 아이들은 수다를 떨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린다. 그래서 50분 수업을 마치면 5분간의 휴식 타임을 주고 수업 중에는 가급적 많이 발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편이다. 종종 피곤에 전 친구들이나 컨디션이 안 좋은 학생들은 곤히 자거나 엎드려 있는데, 기꺼이 이런 행동을 허락하는 편이다.

그들의 상황이 충분히 이해되기 때문이다.  


오후 2시 40분이 되면 고 1, 2학년이 수업을 마치고 하교한다. 고3은 학교 급식을 먹고 자유롭게 공부를 더하게 된다. 고3은 대략 5시엔 하교를 서두른다.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오후 특별활동이 있어서 모든 학년이 1시에 점심을 먹는다. 밥을 먹는 날이 학생들이 가장 행복해하는 요일이다. 배를 채웠으니 저녁까지는 공부나 운동 그 어느 것도 길게 할 수가 있다.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체육복을 입고 등교한다.

학생들은 에어로빅을 기초로 태권도와 축구 배드멘트 배구부로 나누어 운동을 한다.

계속 교실에서만 공부하다가 몸을 움직이는 활동을 하니 모두가 좋아하는 시간이다.

때론 햇살이 너무 강해서 뙤약볕에 노출되기를 꺼려하기도 하지만 운동하는 시간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간식 시간
에어로빅
태권도

이번주 월요일에는 졸업생 중 한 사람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주르완다한국대사관의 후원으로 한국대학에 유학 보내는 고등학생의 선발에서 우리 학교 졸업생이 최정 확정되었다는 통보였다. 제주대학교와 한국외대에서는 입학이 확정되었고 연세대에서는 대답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아무튼 학비 외에도 매달 700불의 장학금을 받게 되었으니, 큰 경사고 자랑이 아닐 수가 없다. K pop을 좋아하고 우리 드라마와  말도 열심히 공부하더니 귀한 행운을 거머쥔 셈이다. 재학생들도 다들 부러워하며 축하해 주었다. 선생님들의 월급이 3~4백 불인데 생활비로 700불을 받는다는 것은 여간 큰돈과 축복이 아닐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수업시간에 어떻게 하면 한국에 한번 갈 수 있냐며 궁금증 어린 질문을 계속 던진다.

축구하는 친구는 한국리그에서 뛸 방법을 묻고,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친구와 영상제작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도 한국으로 유학할 길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다.

제법 진지한 질문에 공부 열심히 하고 한국어도 잘 준비해서 함 어플라이 해보라는 말로 가르마 한다.

더라는 한국의 후원자들에 의해서 한국에서 공부하는 선배들이 있으니 같이 기도해 보자는 말을 덧붙인다. 이곳에 세종학당이 생기고 한국어 급수가 높아지면 좀 더 수월하게 유학길에 오르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태권도 사범님도 제자들을 이끌고 한국에 다녀온다고 하니 이래저래 대한민국으로의 나들이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내륙인 르완다에서 바다를 본 이가 많지 않으니 해외로 나가는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촌놈이 출세하는 격이다.


우리 학생들에게 그런 넓은 세계를 접하는 기회가 더욱 늘어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아무튼 월요일과 화요일에 몰려 있는 수업을 마치고 나니 피곤이 몰려온다.

수목은 수업 준비하면서 좀 쉬고 금요일에 또 달리면 한 주가 후딱 지나는 셈이다.  

10월도 며칠 안 남았고 11월에는 시험 주간이 있으니 또 금방 12월을 맞을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금세 지나니 기자재가 있을 때 더욱 많은 실습을 시키려고 한다.

내 폰을 아이들에게 쥐어주니 맘 내키는 데로 자신들의 사진을 찍는다.

자연스럽게 whatapp을 연동해서 자기 폰으로 데이터를 전송하고 바로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가르치지 않아도 학생들은 능숙하게 첨단 기기들을 다루고 있다.  


나는 다만 플랫폼과 디바이스를 제공하고 자유롭게 즐기도록 권장하는 편이다.

맘껏 즐기고 재밌게 배우기를 바란다.



표지사진: 등교하는 학생들

촬영 실습
촬영 실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