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학습관 나눔의 날
성북구 평생학습관은 고층아파트를 이고 있는 주상복합 상가에 자리하고 있었다.
“배움에 물들다, 일상 속 평생학습” 이란 주제로 열린 행사의 스케치 의뢰를 받아 학습관을 찾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서 내리니 로비 공간과 통로 전체에는 학습동아리의 작품과 그림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학습관은 이삼백 명을 수용하는 커다란 강연장과 중 소 규모의 강의실 및 동아리룸으로 꾸며져 있다.
이날 행사는 각 공간을 아로새긴 동아리의 작품전시와 체험행사 낭독발표 및 특강으로 진행되었다. 비교적 이른 오전 10시엔 인문학 특강을 들으려는 사람으로 대강당이 가득 찼다.
“느리게 나이 드는 기억력의 비밀”이란 제목이 말하듯 청중들 대부분은 장년과 노년층이 대다수를 이루어 강연하는 의대 교수의 말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치매가 불러오는 극단적 인간관계의 단절과 망각으로 인한 파괴의 슬픔은 그 누구도 원치 않는 상황인 것이다. 노년으로 치달을수록 홀로 고립되지 말 것, 소리 내어 읽고 말할 것, 손으로 글씨를 쓸 것을 당부하며 잠을 충분히 잘 것을 주문한다. 뇌가 잘 쉬어야 한단다. 쌓인 뇌의 노폐물이 자는 동안 잘 처리되어야 뇌의 건강이 유지된다고 했다. 잘 자기 위해 약물에 의존하거나 알코올에 의지한다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얻는 것 같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것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니 숙면을 취하도록 잘 조절해야 한다고 했다.
강연을 마치고 테이블을 새롭게 세팅해서 동아리활동의 실습이 시작되었다.
평생학습관의 프로그램과 동네배움터 학습동아리 등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체험의 장이 열렸다. 삼삼오오 테이블에 모여서 커피 바리스타 교육, 매듭공예, 진주목걸이 만들기, 석고방향제 제작, 망스티치 가방 만들기 등의 다양한 활동이 전개되었다.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 모두 눈을 반짝이며 제작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캐리커처를 그리는 모습에선 대상자의 얼굴 특징을 빠르게 그림으로 묘사하는 손놀림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타로카드를 골라낸 상대방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타로점은 서로의 마음을 열어 대화를 이어가게 만드는 마력을 발산한다. 다육이식물을 조심스럽게 화분으로 옮기는 사람들이 있고, 라탄 접시를 만드느라 조심스럽고 섬세한 손놀림에 집중하는 이들도 있다. 화사한 조명 아래서 포즈를 취하며 멋들어지게 프로필 사진을 찍는 동아리가 있고 스마트폰을 잘 다루는 법을 가르치는 모임도 보인다.
책을 읽고 나눔을 갖는 독서모임 동아리, 낭독을 위해 모인 동아리
천연비누를 만드는 동아리에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다양한 모임의 동아리들이 있었다.
대부분이 장년층이고 은퇴하신 노년층이 대부분이라 머리가 희끗했지만 몇몇의 젊은이들도 눈에 띈다.
청년들은 아름다웠고 노년층은 원숙해 보였다. 낭독하는 팀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로 써서 읊는 사람이 있었고, 아름다운 시를 멋지게 암송하는 분도 계셨다. 청중들도 나이 지긋한 분들이 풀어내는 삶의 이야기와 수필 짤막한 시에 묵직한 공감으로 눈물 적신다.
평생학습관 건물 밖에는 가로수 잎이 온통 노랗게 물들어 하나씩 잎을 떨구는 중이다.
노랗고 빨간 잎들은 나무의 생존을 위해, 겨우내 살아내라며 스스로를 낙하하고 있다.
평생 학습을 하며 살던 그냥 살아가든 흙으로 돌아가는 건 매 한가지일 것이다.
그래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장이 있고 동료가 있다는 것은 삶의 즐거움임은 분명하다.
홀로 고독하게 고립되는 것에 유의하고
세상으로 공공의 장에서 사회와 더불어 살아감이 바람직하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6OdI_juygdY&t=13s 성북구평생학습관 나눔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