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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 도슨트 Mar 18. 2021

흑사병과 졸부의 탄생

죽음이 피운 富의 꽃

그림으로 읽는 부의 역사

역병이 창궐한 富의 역사_02


아놀드 뵈크린 <흑사병>, 1898


 검은 악마가 날개 달린 혐오스러운 짐승 위에 올라타 있습니다. 그의 손에는 커다란 낫을 들고 있으면 잿빛으로 덮은 피부는 끔찍함을 더해줍니다. 공포 그 자체입니다. 거리에는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격렬한 대비로 참혹함을 표현합니다. 이 작품은 19세기 상징주의 화가 아놀드 뵈크린의 <흑사병>입니다. 뵈크린에게는 14명의 자녀가 있었는데요. 8명의 자녀가 역병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뵈크린은 자신이 죽기 전 이 그림을 그리고, 직접 경험한 최악의 공포가 흑사병의 무서움을 진하게 전해주는 듯합니다.      


죽음의 승리

  흑사병 묘사한 또 하나의 작품을 만나보겠습니다. 피터 뷔리겔의 <죽음의 승리>입니다. 낫과 도끼를 무참히 휘두르며 무서운 속도로 죽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무리 도망쳐도 죽음을 피할 수 없을 듯합니다. 죽음의 사신(死神)은 낫과 도끼를 무참히 휘두르며 죽음의 길로 사람들에게 다가갑니다. 죽음의 사신은 십자가를 새긴 관을 방패로 길을 막고 거대한 관으로 밀어 넣고 있습니다. 죽음의 사신 앞에서 왕이나 귀족이나 성직자도 예외 없이 죽음을 피하지 못합니다. 죽음 앞에서 온갖 보물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들이 모아놓은 돈은 죽음의 사신이 차지합니다. 십자가를 들고 열심히 기도하는 자도 죽음의 그림자를 피하지는 못합니다. 십자가를 앞세운 사신들이 사람을 조롱하며 나팔을 불고 있습니다. 단테의 신곡의 생각나는 지옥 같은 이곳에서 오른쪽 한구석에 남녀 한 쌍이 초연히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피터 뷔리겔의 <죽음의 승리>는 흑사병의 참혹함을 잔인하고 세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조각조각 자세히 들여다보면 섬뜩함 그 자체에 할 말을 잊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피터 브뤼겔, <죽음의 승리>, 1562~1563


흑사병의 참혹함

  당시 이탈리아의 작가인 아그뇰로 디 투라는 흑사병의 참혹함을 위와 같이 기록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시에나의 여러 곳에서 커다란 구덩이를 파고 수많은 시체들을 산더미처럼 쌓았다..... 그리고 마을 이곳저곳에서 대충 덮어버린 흙더미 사이로 개들이 사체들을 끌어내 뜯어먹고 있다.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며 사람들은 세상에 종말이 왔다고 믿었다” 그리고 아그뇰로 디 투라 역시 자식 다섯 명을 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14세기 중세 유럽은 전염병이 유행하기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환경의 영향으로 전 유럽으로 흑사병이 확산되게 됩니다. 당시 흑사병 발발 4년 만에 유럽 인구의 3분 1이 사망합니다. 영국 사람의 평균 수명은 17세까지 내려갔고, 11만 명이나 되던 이탈리아 피렌체는 4만 5000명으로 감소합니다.     


흑사병과 졸부의 탄생

  참혹한 흑사병은 유럽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꾸게 되며, 새로운 부자를 탄생시킵니다. 새로운 부자의 탄생의 원인은 많은 사람들의 죽음에 있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자 유산을 다중 상속받아 졸부가 된 사람들이 생긴 것이지요. 흑사병은 농민의 지위도 향상시켰습니다. 급격한 인구 감소로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봉건 영주들은 농민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흑사병은 많은 사람을 목숨을 빼앗은 공포이었지만 흑사병으로 인해 노동자와 농민 계층의 삶은 향상됩니다. 흑사병으로 예상치 못했던 수많은 죽음은 새로운 부자를 탄생시키는 역사를 만듭니다.     



14세기 흑사병으로 인해 유럽 인구의 1/3로 줄어들게 됩니다.

많은 사람의 죽음은 농민의 권위를 향상시키고, 다중 유산 상속을 받은 졸부가 이 시기에 탄생합니다.

죽음이 새로운 富의 꽃을 피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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