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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 도슨트 Apr 06. 2022

명품 꽃의 탄생

인간의 탐욕이 만든 튤립 버블

바보 마차 | 헨드릭 게리츠 포트 | 1640년


 이 그림은 네덜란드 화가 ‘헨드릭 게리츠 포트’의 <바보 마차>입니다. <바보 마차>는 역사상 최초의 버블 현상인 ‘튤립 파동Tulip mania’을 풍자한 작품인데요. 이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튤립 투기 현상으로, 오늘날 거품 경제에 대한 은유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봅시다. 돛을 단 마차에 올라탄 사람들과 그들을 뒤따르는 사람들의 행렬이 보입니다. 마차의 가장 높은 자리에 앉은 여인은 꽃의 여신 플로라로, 튤립을 한 아름 안고 군중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여인의 뒤에는 꽃이 그려진 깃발이 있는데 이는 튤립 파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플로라 아래 세 명의 남자를 볼까요? 그들은 머리에 튤립을 꽂고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탐욕을 상징합니다. 그렇다면 이 튤립 파동은 왜 일어나게 되었고, 어떻게 종식되었는지 지금부터 17세기 네덜란드로 가보겠습니다.


비싼 꽃이 일으킨 투기 열풍

 17세기 네덜란드는 상업과 무역이 발달해 상인들이 많은 부를 축적했습니다. 당시 부를 축적한 상인들과 귀족들은 예술가에게 초상화를 주문하거나 정원을 가꾸는 일에 돈을 쓰면서 자신들의 부와 교양을 과시했습니다. 


 1610년대 귀족과 상인, 식물 애호가들의 마음을 빼앗은 꽃이 있었습니다. 바로 ‘튤립’입니다. 튤립은 중앙아시아의 ‘톈산맥Tian Shan 山脈’이 원산지로, 16세기 오스만 제국에서 유럽으로 전해졌습니다. 튤립은 단기간에 수확량을 늘리기 어려워 고가로 거래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종種은 ‘영원한 황제’ 라는 뜻의 ‘셈페르 아우구스투스Semper Augustus’였습니다. 
 1633년 500길더였던 셈페르 아우구스투스 한 구근의 값은 불과 4년 후인 1637년에는 1만 길더에 거래됩니다. 1만 길더는 당시 노동자들의 20년 연봉에 맞먹는 금액이었습니다. 17세기 가장 비싼 황제 꽃, 튤립은 귀한 꽃이자 부의 상징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한 튤립의 인기는 날로 치솟았습니다. 희귀종일수록 더 비쌌기 때문에 새로운 품종이 계속 개발되었습니다. 


 당시 흑사병의 재발로 네덜란드 인구의 8분의 1이 사망하자 불안감 때문에 사람들은 더 투자에 열을 올렸습니다. 당연히 튤립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1633년에서 1637년까지 네덜란드에서 거래된 튤립 알뿌리 거래 총액은 최소 4,000만 길더였습니다. 당시 암스테르담 은행의 예치금이 350만 길더,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이었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투자금이 650만 길더였던 것을 생각하면 튤립 거래가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셈페르 아우구스투스 | 작자 미상 | 연도 미상


튤립 광풍과 그 끝

 튤립으로 막대한 부를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상인과 일반 서민들까지 튤립 구매에 열을 올리는 광풍으로 번집니다. 그렇다면 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서민들은 어떻게 튤립에 투자를 할 수 있었을까요? 비밀은 자본의 유동성에 있었습니다. 


 당시 유럽의 자본은 다국적 기업인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로 집결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서민들도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자본이 넘치다 보니 투자처가 필요했고, 튤립이 유동성 자본의 출구가 된 셈입니다. 


 한편 변종 튤립이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여 부를 창조했다면 새로운 ‘금융 변종’도 등장합니다. 현대 금융에서 활용되는 옵션 거래가 등장한 것입니다. 중개인은 콜옵션으로 계약을 하고, 튤립 재배인은 풋옵션으로 리스크에 대비했습니는 옵션 거래가 등장한 것입니다. 중개인은 콜옵션으로 계약을 하고, 튤립 재배인은 풋옵션으로 리스크에 대비했습니다. 즉 튤립 광풍은 주식회사를 통해 유입된 막대한 자본과 새로운 금융 기술, 그리고 인간의 욕망이 뒤엉켜 생겨난 현상이었던 것입니다. 


 잘 나가던 튤립은 1637년 2월 3일 갑자기 가격이 폭락합니다. 구매자가 더 늘지 않는 데다 공황 심리까지 더해진 탓이었습니다. 튤립으로 신분 상승을 꿈꾸던 마지막 구매자들은 패닉에 빠지게 됩니다. 튤립의 시대는 파산자와 벼락 부자를 남긴 채 막을 내리고 맙니다. 


튤립 투기자들을 멍청한 원숭이로 비유한 풍자화 | 얀 브뢰헬 2세 | 1640년


경제 버블과 인간의 욕망

 역사적으로 경제 버블은 새로운 형태의 부와 부자를 탄생시켰습니다. 


2007년 전 세계를 패닉에 빠트린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Subprime mortgage Crisis’를 다룬 영화 <월 스트리트>의 주인공 대사 중에 “인간의 탐욕은 좋은 것(Greed is good)”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인간의 욕망이 경제 버블을 불러왔지만 또 그 욕망 때문에 엄청난 부가 창조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경제 버블은 부의 양극화 현상을 일으키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도 동시에 경제 대전환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버블은 언제나 인간의 욕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버블의 무서움은 꺼지기 전까지는 어떤 현상이 버블인지 모른다는 데 있습니다. 

코로나라는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또 새로운 여러 광풍 속을 지나고 있습니다.
과연 이것은 버블일까요?


"거품의 형성과 몰락은 인간의 욕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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