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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하 Apr 18. 2022

그대에게 배달하고 싶다는 거다

부산의 독립서점



오랜만에 조금 먼 곳으로 홀로 여행을 다녀왔다. 몇년 전만 해도 혼자 씩씩하게 잘 다녔던 나였는데, 어느새 고독감을 알아 버렸나 보다. 가고 싶어도 발목이 꽉 묶여 어쩌지 못하는 겁쟁이가 되었다.



몇 개월 전에 친구와 강릉 바다에 다녀왔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나보다. 바다에 대한 갈증이 내 발목을 풀어버렸다. 그렇게 부산으로 가는 기차에 올라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바다만을 보아야지. 밀려오고 밀려가는 바다를 내내 바라보며 커피 홀짝이며 책이나 읽어야지.



그래도 부산까지 갔는데 부산 독립서점을 안 갈 수 없지. (여행 가면 꼭 가야만 하는 터라) 중앙동의 주책공사, 영도의 손목서가, 그리고 부산역 근처 초량동의 창비 부산까지 다녀왔다.



주책공사는 부산역과 국제시장 사이에 있는 중앙동에 있는 서점으로, 책이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영도의 손목서가는 서점이지만 북카페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는 곳으로, 흰여울문화길에 있으며 가림 없는 바다뷰의 전망이 예술이다.



그리고 우연히 마주친 창비 부산. 기차 시간이 남으면 들르기 좋게 역 바로 건너편에 있다. 배고파서 이곳저곳 뭐 먹을 거 없나 기웃거리다 찾은 곳이다. 창비의 책이 진열된 곳으로, 앉아서 책도 읽고 구매도 할 수 있다.








조바심이 입술에 침을 바른다.

입을 봉해서, 입술 채로, 그대에게 배달하고 싶다는 거다.

목 아래가 다 추신이라는 거다.

- 권혁웅 ‘호구’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어찌나 시적인 표현인지. 이런 문장을 보면 역시 마음이 동한다. 세 문장이 나만의 서사가 된다.




*



안녕하세요, 잘 지냈나요?

나를 그대에게 배달하려고 해요. 대책없이 나를 보내버리고 말려고요.   감고요. 혹시 반송하실 건가요. 내겠다는 대담함도 작아지기 일쑤네요.

정말 하고 싶은 말은 너무 간단하게 한 문장이지만 주저리 주저리 목 아래의 몸둥이만큼 말을 덧붙여 봅니다. 그저 한 문장일 뿐이에요. 추신은 읽지 않아도 될 거예요.







“많이 보고 싶어요.”



*



세 문장만으로도 충분히 코 끝이 찡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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