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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이가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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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근애 Feb 17. 2024

막둥이의 첫 감기

 첫째는 막 돌이 될 무렵, 처음 독감에 걸렸었다. 그날은 토요일 오후였다. 갑자기 열이 오르면서 집 앞 아동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었다. 39도가 넘는 고열은 아이를 안았을 때 온도가 확연히 달랐다.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이가 발 뒤꿈치에 주삿바늘을 꽂고 온종일 있어야 하는데 아이도 나도 지칠 대로 지쳤었다. 계속 수액을 맞으니 기저귀는 수시로 갈아져야 했고, 아이는 열에 지쳐 맥이 없었다. 아직 염증이 떨어지지 않아 더 입원해 있으라는 의사 선생님께 제발 퇴원시켜 달라고, 통원치료하겠다고 겨우 말해 퇴원했다. 아이는 콧물이 좀 있을 뿐 그새 건강을 되찾았다.

 

둘째는 8개월 무렵이었다. 이제 혼자 앉고 엄마를 알아보고 웃고 눈 맞추는 시기. 보고만 있어도 참 예쁜 때였다. 둘째는 일찍이 통잠을 잤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잠을 설치고 중간중간 잠을 깨기 일쑤였다. 아이의 행동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감기에 걸렸는데 미련한 엄마는 그것도 몰랐다. 단순한 기침인 줄 알았다. 서둘러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니 왜 이제 왔다며 모세기관지염이라 당장 입원을 해야 한단다. (이 날 이후로 아이들의 작은 기침 소리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 며칠 입원으로 집중치료를 하고 집에 돌아왔었다.


6개월까지는 기본 면역이 있다고 들었는데, 막둥이는 4개월이 채 안 되어서 감기에 걸렸다. 우리 집 아이들은 코막힘부터 감기가 시작되는데, 신기하게 막둥이도 그걸 닮았다. 양파도 얹어 놓고, 가습기도 틀어봤지만 차도가 업었다. 이제 밤잠이 잡혔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틀어졌다. 잠깐 자고 깨는 아이 옆에서 새우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출근을 해야 하니 잠을 못 자는 건 더더욱 힘들었다. 어른인 나도 이런데 말 못 하는 아이는 오죽하랴.

그런데 이 녀석. 먹성이 좋을 것 같다는 짐작은 했지만 병원약을 넙죽넙죽 잘도 먹는다. 분유만 먹던 아이가 시럽약은 낯설 법도 한데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약을 잘 먹어서인지 첫 감기도 수월하게 지나갔다. 열이 안 오른 것만도 감사하다.


아이들이 아프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래도 약 먹고 나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아프면 큰다더니 막둥이가 제법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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