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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근애 Mar 20. 2024

빼앗긴 가지에도 꽃은 피는가

벚꽃, 안녕!

작년 이 맘 때 아파트 카페가 떠들썩했다. 나름대로 아파트 수목으로 이름난 아파트인데, 나무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마구 나무를 잘라냈다는 거다.


나무에는 문외한이지만 그래도 기본적 소양으로 봐도 단지 내 정원은 꽤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며칠간 나무 자르는 소리가 오가고 나무 실은 트럭들이 몇 번 오간 뒤 그 아름드리나무들이 댕강 잘려 있었다. 누가 봐도 모양새가 그랬다.


관리사무소의 논리도 일리는 있었다. 나무 한 그루 키우는데 몇 년이 걸릴 텐데 아쉬움이 더 컸다.


아직 꽃샘추위가 끝나지 않아 따뜻한 햇살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때 아닌 추위를 이기고 벚꽃들이 피어난다. 몸뚱이가 댕강 잘려나간 이 나무에도 생명은 자라난다.


생명은 참 알면 알수록 신비롭다.

잘라내고 없애도

남아있는 가지에서 보란 듯이 꽃을 피워내는 게.


나도 몸뚱이가 댕강 잘린 것처럼

지치고 주저앉고 싶을 때가 많다.

저 벚꽃나무를 본받아.

꽃을 피워야겠다.

작고 예쁜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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