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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진 Nov 12. 2021

일본으로 시집간 딸이 쓰는 엄마 이야기

엄마 죄송해요


 얼마 전 엄마가 입원하셨다.

내가 어려서부터 아는 엄마는 걷는  좋아하시고, 음식 중에는 사과를 제일 좋아하시는 건강한 시골 소녀 같은 아줌마였다. 엄마는 감기    걸리시고  하루도 앓아누운 적이 없는 누구보다 건강한 사람.

 그런 엄마가 입원을 하시다니…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몇 년 전부터 병약하셨던 아빠의 만약은 여러 번 마음의 준비를 했었지만, 엄마는 아니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이후로 더욱  좋아진 아빠를 밤낮으로 간호하시다  건강한 엄마도 정신적 육체적 한계에 부딪히신 거였다.

 모두가 불편하고 힘든 요즘,  또한 불편하고 힘들었지만, 시대적인 위기상황은 약자에게는 더욱 가혹한  현실임을 그제야 실감했다.

 

 나의 모든 일상이 정지돼버렸다. 일본에서 결혼해서 아들 키우며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엄마에게 소홀했던 죄책감을 뒤늦게나마  무마하고 싶었는지, 온통 엄마 생각뿐이었다. 몇 달 전에 새벽에 전화했던 엄마한테 바로 전화를 받은 것도 아니면서 새벽에 전화하시면 어떡하냐고 쌀쌀맞게 굴었던 생각, 아빠가 입맛이 없으셔서 걱정이 다며 지나가듯 하신 말씀을 나도 그냥 지나가  흘려 들었던 생각 등등….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엄마는 거동까지 불편해지신 아빠의 요구를 밤낮없이 들어주는 생활을 하셨었고 그래서 어쩌다 흐려진 판단력으로 새벽에 딸내미에게 전화를 하셨던 게다. 힘들어도 힘들다는 내색을  하고 살아오신 엄마가 지나가듯 내벹은 푸념은 내가 내벹는 푸념과는  무게가 틀렸다. 아빠가 입맛이 없어서 걱정이다는 말은 엄마의 정신적 피로와 육체적 한계가 고도로 미화되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엄마만의 표현이었던 게다.

  이라고는  하나인데…. 일본으로 시집가서전화라도 자주 했었으면… 힘든 아빠를 엄마한테만 맡기고… 엄마 죄송해요

목에 차 오르는 사죄를 엄마한테 전하지는 못했다.

 

 아빠는 여전히  좋으시고 어제는 위독하신 상황이셨다. 하지만 엄마는 엄마만의  차분하고 듣기 좋은 억양으로 여전히 일괄되게 딸에게 말씀하신다.  걱정하지 말라고…  괜찮다고…                          

                               

 아빠가 거의 누워서 생활하고 계신데도 걱정하지 말라고 괜찮다고. 면역력이 약해지셔 결핵이 발병해 병원에 입원하셨는데도 걱정하지 말라고 괜찮다고. 숨시기가 어려워져서 중환자실로 옮기셨는데도 걱정하지 말라고 괜찮다고. 90 이하면 위험하다는 산소 포화 수치가 55밖에 되지 않는데도 걱정하지 말라고 괜찮다고. 누구나  번은 죽는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괜찮다고…

 

 살아온 날들이 그다지 여유롭지 않아 많은  받아들여만 했고, 그래서 어떤 상황이 든 지  상황을 수용하는 거에는 누구보다도 달인이신 엄마. 그런 엄마지만, 자식이 힘들어하는 게 제일 참기 어렵다고 말 쓸 하신다.

 

 어제는 다행히 아빠가 잠깐 좋아지셔 병원 직원의 도움으로 엄마에게 전화를 하셨다고 한다. 아빠는 성격이 많이 까다로우신 분이라 평생 엄마를 만족해하시지 않으셨다.  조차도 아빠에게 다가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아빠를 감당  내고 끝까지 옆에 계셨  엄마.

 

 아빠는 이틀 동안 사경을 헤매시다가 의식이 들자 바로 엄마를 찾으셨다고 한다. ‘전화통화는 용건만 간단히` 생활 철칙이셨던 아빠가 엄마하고의 통화를 끊기 싫어하셨단다. 이제야 아빠도 엄마의 고마움을, 엄마의 따뜻한 심정을, 참을  알며 큰 욕심 없이 진솔하고 건강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엄마 내면의 가치를 재평가하신 걸까? 그래서 나처럼, 고상하고 아름다운 시골 소녀 같은 할머니가 그러 워 지신 걸까?

 

 사경을 헤매시다가 엄마에게 전화를 하셨다는 소식에 어젯밤은 나도 남편도 조금 편안하게  잠을 청할 수가 있었다.

 

80세가 다 돼서야 시작된 두 분의 잔잔한 러브스토리가 조금만 더 길게 이어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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