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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이비 글라스 Jun 11. 2020

새처럼 하늘을 날아오르다

일상 속 감상

골목길을 걷는데 뒤에서 차들이 끊임없이 따라오며 북적였다. 어떤 차는 경적을 울리기도 했다. 그때 나는 책 출간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출판사에서 내가 낼 책의 제목을 자기 계발서에 맞게 바꿨다고 연락을 해왔다. 벌써 두 번째 변경이었다. 바뀐 제목을 보자 지난번 제목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걱정이 들었다. 내가 고민했던 책 제목을 쓰고 싶다고 출판사 대표님께 말씀드렸지만 그 제목은 자기 계발서에 어울리지 않다고 했다. 제목이 고민되니, 책 표지 디자인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졌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복잡한 머릿속으로 걷는 복잡한 골목길에서 나는 그대로 증발해버리고 싶었다. 답답함에 하늘을 올려다봤다. 마침 비행기 한 대가 여유로운 자태로 하늘을 날아다녔다. 

‘아, 저 비행기를 타고 지금 당장 어디론가 가고 싶다.’

비행기는 자유롭게 공중에서 하늘을 가르며 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그 순간 몇 초 동안이라도 몸은 빽빽한 건물과 차,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정신은 하늘에 잠깐 머물 수 있었다.      


어린 시절 나는 단독주택에서 살았는데 마당 모퉁이에 있던 몇 개의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작은 옥상이 나왔다. 옥상에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하얀 구름이 여러 가지 모양을 하고 한 방향으로 천천히 흘러가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러다가 가끔씩 비행기가 지나가곤 했다. 

‘저 비행기는 어느 곳으로 가는 걸까?’

나는 혼자 상상을 해봤다. 티브이에서 본 미국, 중국, 일본, 이집트 등 내 마음은 우리 동네 위에 떠가는 비행기를 따라 여러 나라에 가고 있었다. 비행기는 내게 그렇게 여행의 꿈을 꾸게 해 줬다.     

 

나는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비행기의 창가 쪽에 주로 앉았다. 차나 배를 타면 무조건 잠드는 것이 나의 버릇이라 비행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늘 자리는 창가 쪽을 선호했다. 이륙하거나 착륙을 할 때도 들뜨는 기분을 느낄 수가 있고, 특히 하늘 위에 떠 있을 때는 비행기 아래에 있는 하얀 구름을 물끄러미 보면서 가는 느낌이 마치 새가 된 듯 신이 났다.      


비행기를 타기 전에 어떤 고민이 있었어도 일단 타고 하늘 위로 날아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면 신기하게도 모든 잡생각을 잊을 수 있었다. 올라갈수록 세상이 점처럼 작게 보여서 당시에는 큰일이라고 여겼던 것도 금방 별 것 아니라는 생각으로 걱정을 떨쳐버릴 수가 있었다. 


비행기는 그렇게 나를 새처럼 날 수 있게 해주는 존재다. 나를 자유롭게 해 주고, 근심을 잊게 해 주고, 세상의 크고 작은 일들이 별 일 아니었다고 위로해주기도 했다. 나는 비행기를 보며 밝은 미래를 꿈꾸었고, 비행기에 타서 마음속의 답답함을 해결하기에 비행기라는 존재는 내게 아름다운 친구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 19의 확산 우려로 자유롭게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갈 수는 없지만 아직도 가끔 하늘을 올려다보면 비행기가 유유히 날아가고 있다. 그 모습을 보는 것으로 나는 추억을 떠올리며 마음의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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