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감상
어느 날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그곳은 좁아서 차가 한 대 정도 겨우 드나들 수 있는 길이었다. 그런데 어떤 다세대 주택 앞에서 한 아기 엄마가 3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기를 차 뒷좌석에 앉히기 위해 카시트를 고정시키는 모습을 봤다. 그런 뒤 얼마 되지 않아서 그 골목길에 다른 차가 지나가기 위해 들어왔다. 그 차 주인도 여자였다. 그녀는 아기 엄마가 차로 골목을 막고 있다고 생각해서 답답했는지
“저기요. 차 빨리 좀 빼주세요.”
하고 불만 섞인 목소리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녀를 재촉했다.
그 모습을 보며 지나가던 60대 아주머니가 아기 엄마에게 항의하는 차 주인을 향해
“지금 3살짜리 아기를 차에 태우느라 그런 게 안 보이세요?”
하고 한마디 건넸다.
아주머니는 또 항의하던 그녀의 차 겉에 붙어있는 회사 로고를 보며
“기부하는 공공단체 이름이네요. 그 회사에서 일하는 분이면 공적인 일을 하는 분인 것 같은데, 조금만 기다려주면 모두 안전하게 잘 갈 수 있지 않겠어요?”
“…….”
아주머니의 말에 그녀는 대답할 말이 없었는지 가만히 아기 엄마가 아기를 카시트에 다 고정시킬 때까지 기다렸다.
이 모습을 보고 나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선 아기 엄마의 상황이 난감할 것 같았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가 아직 어려서 엄마의 손이 많이 갈 수밖에 없는데 골목은 좁고 아이의 안전을 위해 장치를 해야 되기도 하니 부모가 되면 이렇듯 난감할 일이 자주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골목에 들어서서 재촉하던 사람도 업무 차 나온 터라 일이 지연될까 봐 염려하는 마음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각박해져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잊었었다가 이번 일을 통해 한번쯤 다시 생각해봤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일을 보면서 또 그녀의 차에 그려진 로고가 선한 일을 하는 좋은 이미지의 단체인데, 그녀가 회사 차를 타면 일단 그 회사의 대표 이미지이자 얼굴이 되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녀가 아주머니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나 역시 예전에 근무했던 대학교에서 출장을 갈 일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그 기관을 대표해서 일을 해야 했고, 그래서 더더욱 출장지에서 행동할 때는 학교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신중했었던 기억이 났다. 그리고 골목에서의 일을 보니 문득 그때 생각이 떠올라 이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주면 모두 안전하게 잘 갈 수 있지 않겠어요?”
라고 했던 그 아주머니의 말이 집에 와서 다시 생각이 났다. 서로 조금씩만 배려하면서 산다면 우리 모두의 생활이 조금은 더 웃을 일이 많아지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