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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에그리는기도 Mar 27. 2023

옷보다 돌쇼핑

가드닝에 필요한 보석 





전원주택에서 살다 보면 머지않아 가드닝만큼이나 관심을 갖게 되는 게 돌이다.

아이들을 위한 모래놀이장 만든다고 산 모래부터 마당에 쓸 자갈, 마당을 꾸미는 조경석, 디딤석, 담장석에 물학까지 살다 보면 나무, 꽃만큼이나 돌도 쇼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돌쇼핑하다 마음에 드는 물건은 사장님이 주시는 노란 스티커로 팔레트에 이렇게 표시해 둔다. 양평은 워낙 시시각각 공사로 원하는 물건이 바로바로 나가는 경우가 많아 우리는 이렇게 직접 보고 미리 찜해놓기도 한다. 저번 공사하면서 마당 소나무 앞에 고이 놓아둔 조경석도 엄청나게 발품 팔아 찾아낸 보석이다. 우리는 그 모양이 혹등고래를 닮아 혹등고래라 부른다.


 우리집에 사는 혹등고래 바위  




이제는 추억으로 사라진 우리 집 요술아저씨가 만든 아이들 모래놀이장은 지금 사진으로만 봐도 너무 훌륭하다. 모래도 한 번씩 갈아줘야 해서 때마다 주문해서 갈아주고 했던 기억이 사진을 보고서야 새록새록 떠오른다. 처음엔 자갈종류도 잘 몰라 파쇄석으로 시켰다가 아이들이 넘어지면 자칫 위험할 수 있어 강자갈로 그 위를 다시 덮었었고 동글동글 아담한 호박돌은 아이들이 커가면서 모래놀이장 업그레이드 하는데 완벽하게 잘 쓰였다. 우리 집에는 특히 호박돌이 많은데 이제와 보니 뭔가 둥그스름한 게 뭔지 모를 편안한 안정감이 들어서 그랬나 보다 싶다.

전원생활을 하다 보면 경험하고 발품 팔아 배우고 알아가는 것들이 수두룩 하다. 아무리 누가 알려주고 머리로 알아도 몸소 겪어보고 느껴야 우리 집에 가장 편안하고 잘 맞는 걸 결국 찾아가게 된다.







돌쇼핑에 빠져있던 우리가 돌담에 눈독을 들이게 된 건 아마 어느 리조트에 놀러 갔다 아담하게 귀여운 돌담을 본 이후부터였을 거다. 여기저기 보이는 돌담을 마주치면 넋이 나가 둘이 구경하곤 했고 그놈의 핀터레스트에서는 몇 번 검색 좀 해봤다고 더 이쁜 사진을 끌어다가 끊임없이 보여주고선 돌담 한번 도전하라 유혹했다. 그렇게 마음속에 고이 담아두었던 바람 (우리가 하고 싶었던 딱 그런 돌담은 아니지만 예산부족이라 말하고 나중을 위한 연습이라 쓴다.) 그 첫 번째 돌담연습은 그렇게 시작됐다.







쉬울 줄 알았다. 담장석 하나 정도는 가벼워 보였다. 배달 오신 기사님도 어이가 없어 보이셨는데 애써 티 내지 않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이 우리 집 요술아저씨가 엄청 고생을 많이 했다. 중간에 손가락도 몇 번 나갈 뻔했지만 다행히 손가락은 지켜주셨다. 그렇게 우리가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낮은 돌담은 우리 정원의 파티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아이들도 편하게 걸터앉아 쉴 수 있는 쉼터가 되었다. 조금은 어설퍼 보이는 돌담이지만 이것은 그냥 돌담이 아니라 뭐랄까…





소원돌탑!


돌 하나하나 희망과 소원을 담아 쌓아 올린 ‘소원돌탑’이라 말하고 싶다. 엄마를 기다리는 우리의 간절한 소망이 꼭 이뤄지길 바라며 나중엔 더 단단하고 멋진 돌담으로 다시 도전하는 날이 오길 바라본다.





<정원에 그리는 기도>는 2021년 5월 17일 뇌출혈로 쓰러져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타샤를 꿈꾸던 엄마를 위해 정원에 간절한 마음을 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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