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주박물관에는 아름답고 귀한 국보가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국보 162호,
바로 이 진묘수이다.
일제에 의해 대부분 훼손되고 도굴당한
백제 무덤들 사이에서,
1971년 너무나 완벽한 상태로 발견되어
세상을 놀라게 한 백제 무령왕릉.
그 처음 발굴 당시 사람들이
무덤 입구를 뚫고 들어갔을 때
방 맨 앞에는 바로 이 진묘수가 있었다.
진묘수는 무덤을 지키는 상상의 동물로
죽은 사람의 영혼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맡은 바 역할에 비해 몸집이 너무나 작고 귀여워
나는 보자마자 한번 놀랐고
이토록 세련되고 군더더기 없는 모습의 캐릭터가
1500년 전에 디자인된 거라는 사실에 두 번 놀랐다.
머리에 작은 뿔, 몸통에 날개, 옹골차고 균형 잡힌 몸집,
사방 어디에서 보아도 당당하고 강단 있는 모습.
포켓몬도 피카츄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채 50센티가 되지 않는 이렇게 작은 몸으로
어찌 그 오랜 세월 이 왕릉을 지켜냈을까.
무덤에 손을 대는 외적들은 누구라도
꽉 깨물어 버릴 듯한 사나움이
저 작은 몸안에 숨겨져 있었나 보다.
(진묘수 처음 만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