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행동의 긍정적 영향력 지각이 촉진하는 바람직한 변화
'손을 잘 씻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여전히 구석기인들처럼 살고 있는
몇몇 부족을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다.
그럼 사람들은 실제로 손을 잘 씻고 있을까?
화장실에 볼 일을 본 후,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음식을 만들기 전이나 먹기 전에
손을 실제로 잘 씻고 있는지를 물어본 것이다.
나는 여러분의 대답이 모두 '네. 잘 씻고 있습니다'이길 바란다.
그러나 현실은 이것과는 좀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먼저 '손을 잘 씻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손으 잘 씻는다는 것은 WHO(세계보건기구)의
손 씻기 가이드를 준수하고 있다는 뜻이다.
WHO는 손에 비누(물비누)를 골고루 묻힌 후,
흐르는 물에 손에 비비면서 15초 이상 씻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해야 세균이 떨어져나가기 때문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좀 더 이해가 잘 될 수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그냥 물로만 손을 씻으면,
세균이 떨어져 나가지 않고,
따라서 이건 손을 씻은 것이 아니다.
(구석기인들도 이 정도는 했을 것이다)
또한 어떤 사람이 비누를 묻히긴 했는데,
손을 비비지 않았다면,
이것도 세균이 부분적으로만 씻겨 나갔기 때문에
손을 씻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 다른 사람은 비누를 묻히고,
손을 비비긴 했는데,
15초 이상 헹구지 않았다면,
손에 비누와 세균이 그대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어
손을 씻었다고 보기 어렵다.
WHO의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준수해야 손을 씻은 것이다.
집에서 쓰는 수건에서 자주 썩은 냄새가 나는가?
여러분이 손을 제대로 씻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수건에서 나는 썩은 냄새는
여러분 손에 붙어 있던 세균이
수건에서 번식하면서 나는 냄새이다.
여러분이 평소 WHO 가이드라인대로 손을 씻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라는 뜻이다.
자! 그럼 진짜 이런 기준에 부합하게
손을 잘 씻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자.
10명 중
7명은
이런 기준에 부합하게
손을
씻고
있지
않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야지)
오직 10명 중 3명 만이
이런 기준에 부합하게 손을 잘 씻고 있다.
여러분이 오늘 10명과 악수를 했다면,
악수한 사람 중 3명만이
손에 세균이 없는 사람이고,
다른 7명은 세균이 득실거렸다는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손을 잘 씻지 않는다.
그리고 그 더러운 손으로 고속도로 음식을 먹는다.
많은 애인들이 손을 제대로 씻지 않고,
서로를 쓰다듬고, 애정 행위를 한다.
(애인의 세균까지도 사랑해야 하는 건가?)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손을 잘 씻지 않고,
음식을 서빙하거나, 심지어 조리를 한다.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손을 잘 씻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가?
병을 고치려고 병원에 갔는데,
병을 걸려서 온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손을 잘 씻게 만들 수 있을까?
최소한 음식점이나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손을 잘 씻어야 할텐데 어떻게 그렇게 만들 수 있을까?
위생점검을 불시에 해서 벌금을 때린다?
식당이나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것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손 씻기를 잘하게 만드는 것에는
별 소용이 없었다.
위생점검을 불시에 해서 영업정지를 때린다?
이 역시 해당되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짜증을 치밀어 오르게 하는 것에는
효과 만점이었지만,
정작 손을 씻게 하지는 못했다.
손을 씻지 않는 사람들에게 벌을 주는 방식은
손을 씻게 만드는 것에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방법을 바꿔야 한다.
못하는 사람을 벌하지 말고,
잘하는 사람을 칭찬해야 한다.
물론 영혼 없는 칭찬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 칭찬 받을만 한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 영혼 있는 칭찬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렇게 해보았다.
나 하나가 손을 잘 씻으면,
몇 명이 병에 안 걸릴 수 있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 것이다.
식당이나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동선에 전자 게시판을 만들어서
나의 손 씻기가 얼머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홍보하는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실제로 손 씻기를 실천할 때마다
사람들에게 질병 발생 가능성이 낮추는 사회적 기여를 했음을
실시간 게시판을 활용해 시각적으로 보여주었다.
변화가 시작되었다.
나의 손 씻기가 질병 예방에 미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음식점 직원들과 병원 관계자들은
WHO의 가이드라인대로 손을 씻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 후,
10명 중
1명
만
빼고
10명 중 9명이
손을 잘 씻게 되었다!
거대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 세상에는 끝까지 말 안듣는 1명도 있는 법이다)
벌금을 부과한다고 윽박지르고,
영업정지시킨다고 협박할 때는
변하지 않던 행동이
잘하면 이렇게 좋은 일이 있다고,
당신이 잘하면 이렇게 세상에 도움이 된다고,
당신 때문에 망했어가 아니라,
당신 덕분에 우리가 잘 되고 있다고,
말해주니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덮어 놓고 그냥 잘했어가 아니라,
당신이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것을 칭찬한다고,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고, 당신은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당신은 우리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고,
칭찬을 해주니까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아이들이 손을 씻지 않는가?
혼내지 말자.
처벌은 힘이 있다는 느낌을 줄 뿐,
(마치 권력이 있다는 느낌을 줄 뿐)
별 힘이 없다.
힘 좀 빼자.
엄마는 혹은 아빠는
'손을 잘 씻는 아이가 정말 좋다'고 말하라.
(손 씻기 긍정 캠페인)
그리고 손을 잘 씻으면,
내 아들이 우리 가족 건강을 지켜줬네!
고마워!라고
말해보라.
(손 씻기 실시간 긍정 피드백)
한 달만 지나면, 시키지 않아도
손을 너무 잘 씻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 행동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
행동의 변화는 부정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행동의 변화는 긍정에서 시작된다.
*참고문헌
Gould, L. H., Walsh, K. A., Vieira, A. R., Herman, K., Williams, I. T., Hall, A. J., & Cole, D. (2013).
Surveillance for foodborne disease outbreaks—United States, 1998–2008. Morbidity and Mortality Weekly Report: Surveillance Summaries, 62(2), 1-34.
*표지 그림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