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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Oct 16. 2024

힘든 티내고, 징징댈수록
도와줄 사람이 없어지는 이유

고통스러운 상황을 대하는 자세가 당신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

여기 두 신입사원이 있다.

둘 다 새로운 환경과 업무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지만,

고충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좀 차이가 난다.


사원A는 힘든 와중에도

어떻게든 배우려고 하고,

해보려고 하고,

미소를 잃지 않으려 하며,

기운을 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사원B는 힘든 내색을 팍팍하고,

짜증을 내고,

심지어 화를 내며,

인상을 쓰고,

배우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만약 여러분이

두 사람의 부사 선배라면,

누굴 돕고 싶을 것 같은 것은가?


다른 이야기를 이어서 해보겠다.

이번에는 두 명의 학생에 대한 이야기다.

두 학생 모두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시고,

우울증이 심하시다.

두 학생에게는 돌봐야 하는 어린 동생이 하나있다.

이처럼 두 학생 모두 힘든 비슷하게 힘든 상황에서 살고 있지만,

힘든 인생을 대하는 자세에서는 좀 차이가 난다.


학생A는 힘든 와중에도

어떻게든 공부를 하려고 노력한다.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아

이 학생이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친구들도 많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을 찾으려 하고,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려 한다.


학생B는 좀 다르다.

힘든 내색을 하고,

늘 불평과 불만이 많다.

친구들에게 신경질을 내고,

공격성을 보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여

쉽게 포기하고,

세상을 욕하고, 비난한다.


여러분이 이 두 학생을 담당하는 교사 혹은 교수라면,

어떤 학생을 돕고 싶을 것 같은가?


눈치 챘겠지만, 두 이야기는 상황의 설정만 달랐을 뿐

사실 같은 이야기요, 같은 질문이다.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배움을 이어가는 사람에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


아니면,

고통스러운 상황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쏟아내고,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고,

죽고 싶다고 푸념하는 사람에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지라는

이야기이자, 질문이었던 것이다.


사실 이 이야기는 스탠퍼드대학교의

알렉산더 제네프스키와 브라이언 넛슨이

실제로 진행한 연구를 각색한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이 보편적인 인간이라면,

이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과 비슷한 선택을 했을 것이라 믿는다.


과연 사람들은 어떤 사람을 더 돕고 싶다고 응답했을까?

바로 사원A와 학생A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원A처럼

힘든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자신이 할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을 더 돕고 싶어 했고,

학생A처럼 고통스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원망과 불평을 하지 않고,

공부하려는 자세를 가진 사람을 더 돕고 싶어 한 것이다.


낙후된 환경에서 자라는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금을 모집하는 광고의 효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낙후된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미소를 잃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아이가 등장하는 광고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때는 기부금이 많이 모였을 뿐 아니라,

기부에 참여하는 사람 자체가 무척 많았다.


그러나 낙후된 환경에서 살고 있으면서

울고 있고, 찡그리고 있으며, 축쳐져 있는 아이가 등장하는 광고를

사람들에게 보여줄 때는 기부금이 적게 모였을 뿐 아니라,

기부에 참여하는 사람 자체가 적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왜 사람들은 힘든 상황에서 힘든 티 안내는 사람은

더 위로하고 싶고, 도와주고 싶어 하는 반면,

힘든 상황에서 힘든 티 팍팍 내는 사람은

위로하기 싫어하고, 도와주기 싫어하는 걸까?


이와 관련된 후속 연구에서

알렉산더 제네프스키와 브라이언 넛슨은

흥미로운 현상을 관찰했다.


사람들은

힘들지만 힘든 티 내지 않는 사람을 보면서

자신이 조금만 도와주면,

힘차게 일어나 성공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결과적으로 도와주려는 의도가 증가했다.

자신의 도움이 그 사람의 더 나은 삶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진 것이다.


그러나

힘들 때 힘든 티 팍팍 내는 사람을 보면서는

자신이 도와줘봐야

소용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도와주려는 의도가 감소했다.

자신의 도움이 그 사람의 삶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기대를 품으니,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인간의 심리가 참으로 놀랍다.

힘든 티 내지 않는 사람에게서는

미래의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 희망을 보고,

그 희망의 실현을 위한 도움을 제공한다.


그러나 징징대고 힘든 티 내는 사람에게서는

실패 가능성, 나태함, 절망을 보고,

그 실패에 개입하고 싶지 않아 한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인가?

여러분 주변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가?


나는 여러분이 힘든 상황에서도

발전 가능성과 잠재력과 희망을 보여주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나한테 배우는 학생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표지 그림 출처

사진: UnsplashRoman Nguy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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