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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국희 Mar 31. 2021

자기 계발을 어느 정도 했는가? 이제는 행복이다!

《세계행복보고서》의 국가적 시사점과 개인적 시사점

2007년 5월 프랑스의 대통령으로 취임한 니콜라스 사르코지(Nicolas Sarkozy)는 한 가지 의문에 사로잡혀 잠을 이루지 못했다.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어왔고, 선진국이 되었다. 그런데 왜 프랑스인들은 경제가 성장한 만큼 행복하지 않을까?"


라는 의문이었다.


몇 개월 간의 고심 끝에 이 의문을 풀어보기로 결심한 사르코지는 2008년 5월 <경제 성장과 사회 진보를 위한 측정 위원회>를 구성한다. 후에 사르코지 위원회로 불리게 된 이 위원회의 주축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과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장 폴 피투시(Jean-Paul Fitoussi)였다. 이 위원회의 목적인 간단했다. 일인당 국민소득 이외에 삶의 질(행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찾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다시 2년이 지난 2010년 5월 18일 하나의 보고서가 세상에 등장한다. 제목은 『Mismeasuring our lives: Why GDP doesn't add up(우리 삶을 잘못 측정하고 있었다: 왜 GDP는 우리 삶을 더 행복하게 하지 못할까?』이었다.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출판사가 《GDP는 틀렸다》라고 제목을 썼는데, 정말 화가 난다. 아무리 자극적 제목을 쓰고 싶었어도 책의 의미를 이렇게 왜곡해도 되는 건가 싶다. 이 보고서는 GDP가 틀렸다는 걸 말하려는 게 아니다. GDP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말하는 것이다.


GDP로는 국민의 삶의 질을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 개인별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같은 요인도 측정해야 하고, 생활에 자유가 있는지도 측정해야 하고, 국가의 부패 수준도 봐야 하며, 국민들이 얼마나 이타적 행동을 하는지도 볼 필요가 있고, 얼마나 건강한 지도 봐야 한다고 제안한 보고서가 바로 『Mismeasuring our lives』이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인의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선진국 국민들은 왜 우리가 잘 살게 되었지만 여전히 뭔가 공허하고, 행복하지 않은지에 대한 답을 찾은 느낌이었다.


일인당 국민소득(GDP per capita)은 내 삶에 대한 객관적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이 객관적 평가는 내 삶의 질에 무척 중요한 요소다.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소득이 없으면, 아무리 행복하고 싶어도 행복하기 어렵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의 소득을 넘어서게 되면, 더 이상 소득의 증가가 행복의 증가를 불어오지 못한다. 이때부터는 소득이라는 물질적 요소가 아니라, 소득 이외의 비물질적 요소가 더 중요해진다.


어느 정도 먹고살만해진 사람들에게는 사회적 지지라고도 말하고, 돈독한 관계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주관적인 영역, 심리적인 영역이 중요해진다. 질문에 답해보기 바란다.


-당신은 사람들로부터 존중을 받고 있는가? (yes/no)

-당신은 위기에 처했거나, 곤경에 처했을 때 즉각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yes/no)


이 두 가지 질문에 yes라고 답할 수 있어야 사회적 지지가 높은 것이고, 돈이 아무리 많아도 이 질문에 yes라고 답할 수 없다면, 일정 수준 이상으로 행복해지긴 어렵다.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인 사람들에게 중요해지는 또 다른 요소는 자율성이다. 라이프스타일을 내가 선택할 수 있는지, 내가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는지,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할 수 있고, 하기 싫은 것은 안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자유를 침해받고, 돈을 자기 마음대로 쓸 수 없다면, 행복한 삶이라고는 보기 힘들 것이다.


돈이 어느 정도 있은 다음에는 건강한 기대수명(healthy life expantancy)도 중요하다. 그냥 기대수명이 아니다. 건강한 기대수명이다. 60대 이상이 되었을 때 여전히 잘 걸을 수 있는지, 여전히 옷 입고, 머리 감고, 샤워하는 등의 일을 스스로 할 수 있는지, 대소변을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지, 대화하는데 문제가 없고(말하고 듣기), 인지적 정보처리에 문제가 없는지(기억력, 판단과 의사결정) 등으로 측정할 수 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죽는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또 젊었을 때 돈을 열심히 버는 것에 신경 쓰느라고 늙어서 건강하지 못해 고생한다면, 얼마나 괴로운 삶이 되겠는가. 건강한 노후, 성공적인 노화 등의 용어가 유행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이런 것들이 바로 사르코지 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 결론이다.


이 보고서가 대중에서 알려지는 동안 UN은 사르코지 위원회의 보고서를 적극 반영하여 전 세계의 삶을 측정하는 보고서를 내놓게 되니, 그것이 바로 『World Happinss Report(세계행복보고서)』다. 2012년 4월 1일 처음 발간된 후, 매년 3~4월 중에 발간되는 이 보고서는 전 세계 160개국 정도의 국민들 40만 명 정도를 대상으로 자신의 삶이 얼마나 가능성과 잠재력을 실현하기에 좋은 삶인지(역량을 실현하기에 좋은 삶은 지: 생활 평가 혹은 생활만족도)에 대해 0점부터 10점까지 점수를 매기게 한 후, 위에서 언급한 요소들이 각국의 행복 점수 평균을 예측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분석한다.


대중들은 《세계행복보고서》에 있는 국가별 행복 순위에 관심이 있지만, 국가별 행복 순위 내는 것은 이 보고서의 목적이 아니었다. 사실 2012년에 처음으로 『세계행복보고서』를 출판하기 전, 국가별 행복 순위를 포함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있었다. 세계행복보고서가 추구하는 본질을 흐린다는 입장과 그래도 넣어보자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 것이다. 그런데 최종적으로는 넣기로 했다.


왜냐고? 이렇게 중요한 보고서를 만들어 놨는데, 순위를 넣지 않으면,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을까 봐 우려한 것이다! 대중들은 순위에 관심이 있고, 언론에서도 순위에 관심이 있다. 보고서 내용 자체를 꼼꼼하게 읽고 친절하게 기사를 써주는 기자나 작가는 거의 없다. 그냥 순위만 보고하기 바쁘다. 만약 《세계행복보고서》가 순위마저 보고하지 않았다면, 사람들은 이런 보고서가 있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행복에 대한 전 세계인의 고민을 담은 《세계행복보고서》가 세상에 나왔다. 그럼 세계행복보고서의 등장은 무엇을 시사할까? 필자가 볼 때, 국가적인 시사점이 하나 있고, 개인적인 시사점이 하나 있다.


《세계행복보고서》국가적인 시사점은 '열심히 국민소득을 증대시키면, 국민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돈은 행복에 있어서 중요하지만, 돈이 전부는 아니다. 이미 경제 개발이 많이 이루어진 나라들은 《세계행복보고서》를 통해 이제 돈 이외의 요인들에도 관심을 가지고, 신경을 써야 국민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음을 느껴야 한다. 돈에도 관심을 가지고, 다른 많은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상대적으로 저개발국에서는 《세계행복보고서》를 보면서 선진국이 경험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소위 말하는 경제 선진국들이 돈에만 관심을 가지다가 경험한 다양한 문제들을 보면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겠다.


성공한 국가의 국민이 행복할 수도 있겠지만,

행복한 사람이 많은 나라가 성공한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다음으로 《세계행복보고서》의 개인적 시사점 '열심히 자기 계발해서 돈을 벌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을 불행하게 하면서 돈, 돈, 돈 거리면서 자기 계발을 한다고 했는데, 원하던 돈도 못 벌고, 자기 계발도 안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특히 OECD data에서 부동의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이점을 더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살인, 강도 등으로 죽는 사람보다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랑이 많은 이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세계행복보고서》를 보는 개인은 자신의 행복을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자.

개인의 현재의 행복을 희생하면서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은

그 사람의 현재와 미래에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음을 확인하자.


성공한 사람이 행복할 수도 있겠지만,

행복한 사람이 성공한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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