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현우 May 28. 2020

[책쓰기/글쓰기] 도서 유통과 인세 정산

'인세'를 알려면 도서 유통 시장을 알아야 해요. 그래야 납득해요.

알림 : 이 내용은 실용서를 쓰려는 분께 알맞습니다. 실용서로는 주식투자, 요리, 자기관리, 프로그래밍, 여행, 과학, 부동산 책 등이 있겠죠.


과일 소매점은 매일 청과 시장에서 신선한 과일을 돈을 주고 구매해 공수한다. 우리는 과일을 소매점에서 돈을 주고 산다. 사과 100개를 개당 1만원에 완판했다면 소매점 매출은 100만원이다.


뜬금없이 과일 소매점 이야기를 왜 하냐 싶을 거다. 인세 이야기를 안 하고 말이다. 인세는 원고를 써서 출판사와 출판 계약해 판매 이익의 일부분을 분배받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정가 대비 8~10% 수준이다(적게는 3% 많게는 15%도 받음. 분야나 회사마다 다 다름). 위 이야기에서 사과를 책으로 대체해보자.


책 100권을 정가 1만원에 팔았다. 인세가 8%라고 하면 저자에게 8만원을 주면 된다.


그런데 인세 계산이 이리 간단하지 않다.

국내 도서 유통 알기


그런데 위 비유는 현실과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다음과 같이 해야 도서 유통에 더 들어맞을 것이다.


농부(저자&출판사) -> 청과 시장(유통사, 대형 서점), 과일 소매점(동네 서점) -> 소비자(독자)


출판사(저자)는 책을 출간해 유통사에 배본한다. 이때 책을 주며 (대부분은) 현금 박치기를 하지 못한다. 어음이나, 익월 계산이나, 밑밥깔아두기 기법으로 대금을 받는다. 물론 매절 구매라는 일종의 현금 박치기 기법도 있지만 주로 도서 할인율을 높여 납품하는 일종으로 왜곡된 방식으로 사용된다.


유통 시장에서 결제방식


현금 박치기를 하지 못하면 도서 납품비를 어떻게 받는다는 건가? 어음, 익월 계산, 밑밥깔기, 매절 등 방식으로 받는다. 하나씩 알아보자.


어음

어음은 나중에나 돈으로 변신하는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할) 종이 쪼가리다. 2012년 1월 국내 최대 도서 유통업체 '수송사'가 어음 60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처리되었다(사연은 제각각이지만 모든 부도의 끝에는 어음이 있다). 어음이 뭐냐면 "내가 당신에게 줄 손이 100만원 있군요. 지금은 못주니까 6개월 후에 이 종이쪼가리를 가져오면 돈을 주겠소"라고 말해주는 증표다. 한마디로 특정일에 지급하겠다는 약속 증표인데, 당장 돈이 급한 사람은 어음을 할인해 현금으로 바꾼다(어음할인은 받아야 하는 금액보다 적은 현금과 바꾸는 방식이다). 제 살 파먹기지만 어쩔 수 없다. 당장 책 만드는 데 돈이 들고 직원 급여를 줘야 하는데, 제품 납품하고 어음을 받으면... 급하니까 어음할인을 할밖에...


익월 계산


익월 계산은 달 단위로 주문한 책 가격을 정산해 익월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주문이 빈번한 사이라면 반품 등 변수도 있어 편리한 방법이다. 하지만 익월을 넘어 차차월이면 문제다.


밑밥깔기


밑밥깔기(전문용어 아님. 제가 만든 말) 기법은 일정 금액을 기준선 삼아 상회하는 금액만 주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출판사가 유통사에 도서 50종 1억 3천만원 치를 총 납품했다고 해보자. 유통사는 매일 수많은 출판사와 거래를 하니까 당일치기 정산이 어렵다. 그럼 익월 정산해 1억 3천만원을 출판사에 제공하면 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마치 컵에 물을 따랐을 때 넘치는 물이 있듯, 정해놓은 금액을 상회하는 금액만 출판사에 제공한다. 예를 들어 밑밥으로 깔아둔 금액이 1억이면 상회하는 3천만원만 출판사에 지급한다(상황이 이러니 대형 유통사가 부도나면, 그 피해가 출판사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인세랑 국내 유통이랑 무슨 상관이람?


책 쓰고 인세받겠다는데 왜 국내 유통 구조를 알아야 하나 싶을 것이다. 인세 지급 방식이 출판사마다 굉장히 상이한데, 그 상당한 이유가 국내 도서 유통 방식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서두에 언급한 '과일 소매점이 청과 시장에서 현금으로 돈을 사는 구조'라면 아주 간단하다. 창고에서 출고된 도서 숫자가 곧 인세다. 그런데 출판사&유통사 -> 유통사&유통사 -> 유통사&소매점으로 책이 유통되면서 현금 박치기 방식대신 위탁판매 방식이 사용된다.


"일단 책 줘봐요~ 팔리면 돈 줄게요. 근데 님한테 받은 책의 총합이 1억3천만원 치인데, 어떤 책이 얼마 팔렸나 정확히는 모르겠고 이번 달에 3천만원 정도 줄 수 있겠소."


즉 책이 창고에서 출고된다고 실제로 판매된 게 아니다. 전국에 배본된 것뿐이다. 실제 판매 수치는 절판 통지를 해서 절판된 책을 모두 반품받아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절판 통지를 한다고, 일주일 내에 모두 반품되는 것도 아니다. 절판 통지를 했지만 끝까지 반품되지 않는 책도 있고, 1년 후에 반품되는 책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출판사는 출고된 만큼 인세를 모두 저자에게 지급하지 못한다.


팔린 것보다 저자한테 더 큰 돈을 주었다가 나중에 돌려 달라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인세를 정산하나?


인세를 크게 둘로 나누면 선인세와 후인세로 볼 수 있다. 선인세는 책이 팔리지 않았는데 저자에게 지급하는 돈, 후인세는 팔린 만큼 지급하는 돈이다.


일반적으로 계약금과 1쇄 인세는 선인세로 제공된다(계약금은 1쇄 인세의 일부다). 하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므로 출판사 정책을 꼭 확인해야 한다. 인세 지출 방식은 출판사 맘대로라서 각양각색이다. 대충 아래와 같은 방식이 있다.


노란 배경색이 칠해진 방식이면 나쁘지 않은 그리고 평범한 인세 지급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둘 다 적어도 1쇄 인세는 선인세로 받는다. 모든 곳에 예외가 있는 법이다. 바로 대형 작가 경우다. 계약서고 뭐고 출판사에서 "입금했다" 안부 인사부터 하고 작품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경우라 보편적인 방식이 아니므로 기대하면 곤란하다.


출판사 규모에 따라 인세 유형도 달라질까?


<정기 정산형 A>는 후인세를 해에 1회 혹은 2회 팔린만큼 지불한다. 이때 위탁 판매 방식에 따른 반품 부수를 고려해 400부 내외를 밑밥으로 깔아둔다. 절판 후에 500부가 반품되면 그대로 끝, 300부가 반품되면 100부 치 더 인세를 지급하고 끝.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만날 때마다 이런 책을 출간한 출판사라면 당연히 큰 규모일 거라고 흔히 생각한다. 인쇄기도 있고 영업사원도 있고 책도 만들고 마케팅도 하고~ 말이다. 그런데 1인 출판도 정말 수없이 많다. 한국출판문화진흥원 KIPA 발표에 따르면 2018년 상반기에 5종 이하 책을 발행한 출판사는 전체 5,754개사 중 4,357개사다. 약 75%에 달하는 수치다. 단순 산술로 1년 치를 치환하면 년에 10종 이하를 출간하는 회사 비율은 75%, 그 중 대부분은 1~2인 기업일 거다. 편집자 한 명이 보통 년에 5~10 정도 책을 출간하기 때문이다.


갑작스레 1인 출판 이야기를 왜 하냐면, 작은 규모 출판사는 정기 정산할 여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중쇄 정산형을 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규모가 있는 곳은 프로그램과 전담 직원의 콜라보로 정기 정산(년에 한두 번) 방식을 용할 가능성이 높다.


결론

도서 유통은 위탁방식이다.

그래서 실제 팔린 수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출판사는 각자의 방법으로 인세를 정산해 제공한다.


그러므로

계약할 때 인세 방법을 꼭 확인하자.

PS.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같은 곳에서 저자가 자신의 책 판매 현황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급해주면 좋겠다. 출판사, 유통사, 저자 모두가 쓸 수 있는 프로그램 말이다. 그러면 인세 정산이 간편해질듯 ^^



위 내용은 <출판사가 OK하는 책쓰기>의 일부를 참조했습니다. #책쓰기, #글쓰기, #1인브랜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