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편 이상은, 그리고 혼자서도 종종 극장을 찾곤 했으니까. 처음 혼자 극장을 찾았을 때 느꼈던 어색함은 잠시였고 언젠가부터는 혼자 영화를 보는 재미에 빠지게 됐다.
(아내는 연애할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시간보다 자는 시간이 더 많다.)
일이 밀려 이번 주말엔 집에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아내가 그래도 주말인데 그냥 보내긴 아쉽다며오랜만에 아침 일찍 영화를 한 편 보러 가자 했다.
"웬일로?"
"응, 롯데시네마 공짜표가 생겼거든."
이유가 어찌 됐든 오랜만의 극장 나들이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고 어떤 영화를 볼까 하다가故이선균 배우의 유작, '행복의 나라'를 보기로 했다.
작년 비슷한 영화인 '서울의 봄'을 봤다.
박정희 대통령 사후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의쿠데타과정을 보여줬던 서울의 봄. 보는 내내 마음이 답답했었는데 박정희 대통령 암살 사건인 '10.26 사태'를 중점으로 다룬 이 영화는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꽤나 기대가 됐다.
8월 24일 오늘, 토요일 아침.
영화가 10시 20분 시작인데 준비를 하다 보니 늦어 10시 30분이 되어서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영화는 이미 시작된 후였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을 암살하고 상관인 정보부장의 명령에 따라3명의 대통령 경호원을 살해한 박태주 대령의 재판을 맡게 된 변호사 정인후. 이 재판에서의 쟁점은 박태주 대령의 행동이'내란을 공모한 것인지' 아니면 '군인으로서 상관의 명령에 복종한 것인지' 다.
내란공모죄라면 사형을 면할 수 없지만 군인으로서상관의 명령을 따른 것뿐이라면 적어도 극형은 면할 수 있는 상황. 박정희 사후 하나회를 이끌며 실세로 자리를 잡아가는 전두환의 압박 속에박태주의 형량을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정인후의 이야기가 2시간 동안 이어진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에 결말을 알고 봤음에도 영화가 끝나고 느껴지는 감정은 뭔가 한 마디로 얘기하기 어려웠다.영화를 보는 내내 자는 것 같았던 아내도 영화가 끝나자 어느 새 눈물을 훔치고 있었고.
무엇보다 박태주 대령을 연기한 故이선균 배우의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았다.
감당하기 어려운 상관의 명령에 고뇌하는 모습,
그럼에도 명령에 따라 동료를 죽이고 괴로워하는 모습,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는답답하지만 군인다운 우직함,그리고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모습까지도.
문득 현실에서의 그와 박태주라는 배역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것 같았다.스크린 속 그의 모습은 이토록 여전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