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허리가 둥그런 앞집 할머니가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걸어가신다
저렇게 느린 걸음으로
어떻게 하루에도 몇 번씩
경로당에 다녀오시는 걸까
혹시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
뒷짐을 풀어
포드득 포드득 날아다니는 건 아닐까
예쁘다고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손이
날개가 되어서 말이야
앞집 아저씨도 이미 알고 있나 봐
오늘도 대문 밖까지 나와서
고개를 주욱 내밀어 두 눈을 가늘게 만들고선
할머니를 계속 지켜봐
너무 멀리까지 날아가 버리지 않게
금세 비둘기로 변해 버리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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