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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나라의앨 Apr 12. 2022

프로필 사진, 꼭 필요한가요?

통역사의 OOTD에 관한 단상




최근에 강남구의 한 행사에서 영어 진행과 순차통역을 하고 왔다. 영어로 사회를 보는 일은 사실 내 본업은 아니라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영역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소개해 주거나 개인 고객이 요청하는 경우에는 기쁜 마음으로 응한다.


미미위(MEMEWE) 강남구 행사에 맞게 큐카드를 준비했다.


통역이 있는 날은 늘 마음이 무겁다. 아무리 준비해도 끝이 없기 때문. 통역 준비하다 보면 화장하고 나를 꾸미는 건 자연스레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그리고 통역을 앞두고 긴장 상태이기 때문에 꼭 격식을 차려야 하는 곳이 아닌 이상 가능하면 옷이라도 가볍고 편하게 입으려 한다. 단정하고 편하면서도 너무 캐주얼하지 않게.


개인적으로 통역사의 의상은 통역하는 자리에 맞게 그리고 앉아서 혹은 서서 통역하는 데 불편하지 않고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의 편한 옷차림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대충 막 입어도 되는 건 절대 아니다!) 꼭 풀 정장에 힐을 신을 필요는 없다. 자리에 따라 올 블랙 정장을 입어야 할 때도 있는 반면 면바지에 단화를 신어도 되는 자리도 있다.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게 준비하면 된다. 나 또한 자리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일터로 향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차림새는 슬랙스에 블라우스나 셔츠를 입고 스니커즈를 신고 백팩을 메는 것이다. 가장 나답고 편해서 좋다.


동시통역이 있는 날은 주로 이런 차림이다.


옷을 갖추어 입으면 몸도 마음도 적당히 긴장돼서 좋다는 사람도 있는데 난 옷이 불편하면 모든 게 불편해지는 느낌. 같은 이유로 결혼식 웨딩슈즈도 플랫으로 신었던 사람이다.


평소에 진한 메이크업을 즐겨하지 않는 편이고 (하는 것도 힘들지만 지우는 게 더 힘들다…) 옷도 편하게 입는다. (청바지에 티셔츠가 최고!) 그래서인지 격식 있는 자리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정장 차림으로 서는 것은 사실 내겐 좀 어색한 일이다.


하지만 MC로 앞에 서는 자리는 보이는 모습도 중요하기에 통상적으로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는다. 엄밀히 따지면 MC로 일하면서 받는 돈에는 헤어와 메이크업, 경우에 따라 의상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는 셈이다. 일종의 꾸밈비라고 해야 하나.


일 때문에 오랜만에 헤어와 메이크업을 받은 김에 잠깐 스튜디오 들러 스튜디오 사진을 찍었다. 오랫동안 프로필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떤 의상을 입고 어떤 느낌으로 나를 표현하고 담아낼지 수도 없이 상상해보았다. 다른 사람들의 프로필 사진도 참 많이 찾아보았는데 여러 프로필 사진을 보며 들었던 생각은 사진이 상당히 인위적이고 어색하다는 것이었다.


어쩐지 몸매가 드러나는 딱 붙는 짧은 원피스에 허리가 잘록해 보이는 재킷을 걸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그리고 내가 그리는 통역사로서의 내 모습은 아니었기 때문. (오히려 평상시엔 타이트한 옷을 즐겨 입는 편이다. 체형 특성상 박시한 옷보다는 몸에 붙는 옷이 잘 어울린다.) 또 남들과 똑같이 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생기는 거부감이기도 했다. 화장도 조명도, 무엇보다 표정이 자연스러웠으면 했다. 나의 화려함보다는 단정하면서 깨끗하고 신뢰감을 주는 전문가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내 퍼스널컬러와 잘 매치된 프로필 의상과 색감.


헤어와 메이크업에 이어 사진과 포토샵 전문가의 손길이 닿자 다소 어색하지만   생기발랄한 내가 완성되었다. (자본주의 미소는 어쩔  없는 것인가…) 내가 기대했던 자연스러움과는 조금 리가 있지만 원하는 느낌이 어느 정도 나온  같아 좋았다. 찍고 보니    동생과 함께 받았던 퍼스널 컬러 컨설팅  추천받은 나에게 어울리는 컬러/색감이라 신기했다. 여담이지만 그래도 가끔 이렇게 꾸미면 재미도 있고 숨어있던 나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되는  같아 신기하기도 하다. 기회가 된다면  잡고 제대로 다시 찍어보고 싶다. 내가 원하는   느낌을 담아내기 위해… :)




프로필 사진 찍는 일은 사실 몇 년 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숙원사업이다. 통역과 번역을 전문으로 하는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찍어야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두 번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이어진 육아에 밀려 프리랜서 6년 차가 되어서야 첫 프로필을 찍게 되었다.


그런데 돌아보면 통역사로 일하면서 사진을 요구받은 경우는 손에 꼽혔고 그 마저도 출입증을 위한 것이었다. 달리 해석하면 통역사로 일하는 데 프로필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얼굴로 통역하는 거 아니니까. 외모(이미지)로 먹고사는 거 아니니까. (통역과 번역 외에 MC나 강의 쪽은 프로필이 필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필요할 수 있고 요구할 수 있다. 업계에서 요구하면 준비하고 따르는 게 맞다.) 하지만 적어도 통역 업계에서는 예쁘게 나온 사진 한 장보다는 실력이 백배 천배 중요하다. 이건 팩트다. 하지만 (인정하기 싫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보이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이 또한 팩트다. 특히 프리랜서는 이름 석자가 브랜드이고 자기 자신을 브랜딩해야 하는 존재다.


그래서 나도 프로필 사진을 한 번 살포시 내걸어 본다. 좋을 일이 많이 많이 들어오길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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