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나라의앨 Feb 04. 2022

인정하는 말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



번역은 의뢰부터 번역 작업, 납품, 비용처리까지 모든 과정이 온라인, 비대면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편하다. 하지만 사람 대 사람 간 교류가 없다는 점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주로 이메일이나 문자로 커뮤니케이션하는데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임에도 얼굴도 모른 채로 계속 업무적인 이야기를 계속하는 게 뭔가 이상하고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뿐만 아니라 번역 결과물에 대한 유의미한 피드백을 받기도 어렵고 요청에 따라 기계처럼 번역만 해서 주면 끝나는 게 썩 유쾌하지만은 않을 때도 있다. 번역본을 납품하고 연락이 왔다 하면 보통 수정 또는 추가 번역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좋은 이야기로 피드백을 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업계 특성상 통역도 번역도 굳이 피드백을 주지 않는 것도 있다. 한두 번 같이 일해보고 마음에 들면 계속 의뢰하는 거고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다시 일을 안 주면 그만이다. (사실 이게 정말 무서운 거다. 말없이 등 돌리는 것.) 하지만 이런 생태계에서도 그래도 일할 맛 나고 기분 좋은 피드백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가장 확실한 피드백은 같은 에이전시에서 혹은 같은 고객사에서 반복적으로 나를 찾아준다는 것이다. 재구매는 의심의 여지없이 확실한 긍정이다. 백 마디 칭찬보다는 계속해서 나를 찾아주는 것이 훨씬 좋다.


한 번은 에이전시를 통해 프로젝트성 번역 일을 받았는데 고객 측에서 퀄리티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업체를 바꿨다는 소식을 들었다. 개인적으로 번역 퀄리티를 자신하는 편인데 그 소식을 들었을 때의 기분은 말로 다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몇 주 후에 고객사에서 미안해하며 다시 번역을 다시 맡아줬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 의뢰 취소 후 재의뢰라니. 당황스러웠지만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한 에이전시에서는 한—>영 번역에 한해서 내부 원어민 감수 진행 후 매 달 내가 진행한 번역에 대한 피드백을 전달해준다. 문법과 표현, 뉘앙스 등의 항목에 점수를 매기고 간단한 메모를 남겨준다. 높은 점수에 칭찬이 적혀있으면 뿌듯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으면 다시 마음을 다잡고 정신 똑바로 차리게 된다. 감사하게도 아직까지는 나 스스로 설정해둔 하한선 이하로 내려간 적은 없다.


최근에는 몇 년째 통역 일만 주던 에이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번역 일을 받았다. 납품 후 연락이 와서 순간 졸았는데 번역이 너무 좋다며 대놓고 폭풍 칭찬을 하셨다. 이런 칭찬은 들으면 몸 둘 바를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물론 칭찬의 말을 100% 믿지는 않는다. 말로만 끝날 수도 있는 거라 실제로 다시 의뢰가 들어오고 일로 이어지지 않는 이상 말 뿐이라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이다. 그래도 내가 시간과 정성을 들여 작업한 결과물에 대해 좋은 피드백을 받고 칭찬을 들으면 자신감도 생기고 보람도 있고 동기부여도 된다.


지금은 비수기라 통역은 거의 없고 매주 번역만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긍정적인 피드백과 칭찬을 받으면 더 힘껏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 이번 주 마감도 파이팅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악덕 에이전시 걸러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