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하면 떠오르는 것. 가우디의 건축물. 멋있어서가 아니다. 저런 독특한 건물을 짓도록 허용해 준 도시와 가우디의 뚝심. 우리나라만 해도 몇 년 전에는 직사각형의 딱딱한 건물들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에서야 독창적인 건물들이 지어지고 있다. 그런데 100년 전에 곡선으로 휘어감은 듯한 건물을 건축한다는 것은 보통 고집이 아니고는 힘들었을 것이다.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건축물로 유명하다. 숙소에서 나와 가우디가 지은 주택을 찾아갔다. 가까이 갈수록 불어나는 사람들. 감이 왔다. 저기일 거라고.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거리가 북적북적했다. 건물 아래서 사진 찍는 것을 보면 딱 봐도 관광객이다. 주민들이 맨날 보는 건물에 사진기를 들이대지는 않을 것이다. 가우디의 건축양식을 보러 스페인을 찾는 관광객들. 한 사람의 영향력이 이렇게 큰 것이 놀랍다.
솔직히 나 역시도 바르셀로나 하면 가우디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건축에 문외한이지만 예전부터 교과서나 영상을 통해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궁금했다. 실제로 보면 어떨까. 사진을 찍으며 걸음을 옮겼다. 다음 건축물은 가우디 대성당이라 불리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아직도 짓고 있다. 멀리서 볼 때는 휘황찬란 했으나 가까이서는 너무 커서 도리어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저 높이 크레인이 움직이고 있을 뿐. 백 년 동안 짓고 있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건축 설계를 바꿔가면서 증축하고 있다니. 저 성당 짓는 건설사는 평생직장 걱정 안 해도 되지 않았을까.
그다음 찾은 곳은 가우디 공원이라 불리는 구엘 공원. 버스에서 내려 공원으로 들어갔다. 그날 가우디 양식을 너무 많이 봐서인지 마음속에 큰 감동은 없었다. 사람도 별로 안 보이고. 나중에 알았지만 후문으로 들어갔었나 보다. 정문으로 갈수록 붐비는 사람들. 공원 벤치에 앉아 사가지고 간 샌드위치를 먹었다. 편의점에서 사건 건데 우리나라에서 파는 것과 큰 차이는 없었다. 인스턴트식품은 만국 공통의 맛인가 보다.
숙소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다시금 가우디 건축물들이 보였다. 바르셀로나는 마치 가우디의 도시 같았다. 가우디를 생각하며 하나님이 떠올랐다. 가우디가 본인이 지은 건축물을 보며 기뻐했듯이, 하나님도 에덴동산을 만드신 후 기뻐하지 않으셨을까. 특히 그분의 형상을 닮은 인간을 만들었을 때는. 성경에도 쓰여있다. 보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하나님, 저도 지금 보기에 좋으신 거 맞죠?
글을 쓰는 도중에 책장에 꽂힌 내 책들이 눈에 띄었다. 몇 년 동안 기도하며 쓴 글들을 모아 출간한 책들. 그냥 바라만 봐도 좋았다. 이런 느낌이었을까. 가우디의 건축물들도 한 번에 지어진 게 아니라 하나씩 지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가우디 최고의 건축물인 대성당은 그가 지은 건축물들에서 축적된 모든 기술을 쏟아부어 설계했다고 한다. 지금 쓰는 이 글에도 축적된 문언가가 펼쳐지기를 바란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