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면 뺄 수 없는 나라가 있다. 바로 인도다. 와이프를 여기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교회 친구인 와이프는 여행 전에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청년부가 커서 함께 활동할 기회는 없었다. 동갑이라 얼굴은 알고 있기에 목인사만 할 뿐.
그러다가 비전트립으로 같이 간 곳이 인도였다. 추석 명절 서른 살 넘은 친구들은 집에 있기 싫어한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다. 마침 교회에서도 추석에 맞춰 비전트립이 준비되었다. 직장인들에게 8일 정도의 휴가는 추석이나 설날 아니고는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땅을 위해 기도하라고 간 거였지만 인도에 가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아무 준비 없이 몸만 따라가면 되었으니 굉장히 편했다. 그곳에 내 짝을 위한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한 체.
거기서 알게 된 와이프는 평소 내가 교회에서 본 사람하고는 달랐다. 누군가를 섬길 줄도 알고, 궂은일도 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물론 이것 때문에 마음이 열리지는 않았다. 교회에는 이런 여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내가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모르겠다. 주위에서 예쁘다고 하니 관심이 간 것일까. 확실한 것은 인도에서는 아니었다. 인도 비전트립을 다녀와서 우연히 밥 먹고 차 마시면서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하나님의 역사하심인 것 같다.
데이트를 하면서 나는 이게 사귀는 건 줄 알았다. 한 달 동안 만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좋은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근데 이건 와이프에게는 사귀는 게 아니었나 보다. 이렇게 한 달 넘는 시간이 지날 즘 와이프 집 앞에서 사건은 벌어졌다.
와이프가 물었다. 우리는 무슨 사이야? 헉, 이건 또 무슨 말인가. 1초 동안 머릿속에서는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떻게 말해야 되나. 무슨 대답을 원하는 건가.
다행인 건 몸은 머리보다 빨랐다. 와이프의 손을 덥석 잡고 말했다. 우리 사귀는 사이 아니었냐고. 아니라면 오늘부터 1일이라고. 와이프는 그제야 환한 표정 속에 약간의 울먹이는 말투로 말했다. 오늘 얘기 안 하면 그만 만나려고 했다고. 말을 해야지 사귀는 거지 이게 뭐냐고.
그때 와이프의 손을 잡고 기도한 게 생각난다.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 못 하지만 우리의 앞날을 인도해 달라고 기도하지 않았을까. 요즘도 가끔 와이프와 얘기한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우리가 인도에서 만났다고. 인도는 우리에게 축복이자 만남의 공간이다. 그리고 결혼이라는 또 다른 여행의 출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