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티베트] 오체투지를 직접 보다

by 박세환

단기선교로 티베트를 갔다. 정확히는 옛 티베트 영토인 중국 시닝이다. 비행기를 갈아타고 기차를 타서 시닝에 도착했다. 영하 20도. 내리자마자 한기가 온몸을 감싸 안았다. 진짜 왔구나.


예전부터 티베트에 가보고 싶었다. 푸른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고원. 윈도우 배경화면 같은 풍경. 하지만 그곳에서 본 것은 오체투지였다. 몸의 다섯 군대를 땅에 대고 절을 하며 고행의 길을 가는 사람들. 그들은 왜 그래야만 했을까.


모태신앙이라 주변에 크리스천들이 많이 있다. 지금도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교회를 다닌다. 그런데 여기는 아니다. 대부분이 티베트 불교를 믿는다. 하나님이 보시면 얼마나 슬퍼하실까. 온몸을 던져가며 오체투지로 기도를 한다. 열심히 하는 것은 좋은데 대상이 틀렸다.


하나님이 나를 이곳으로 보내신 이유가 있었다. 며칠이었지만 이때만큼 마음껏 찬양하고 전도했던 적이 있었을까. 구원열차라고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교회에서 부르는 찬양도 있지만, 여기서는 진짜로 기차 안에서 기타 치며 찬양을 부른다. 그리고 흩어져서 전도를 한다. 신기한 것은 사람들도 흥겨운 찬양소리에 박수를 친다. 역무원이 뭐라 할 수도 있었는데 그냥 지나쳤다.


내 기억에 이때만큼 영어가 입에서 터진 적이 없었다. 짧은 영어로 옆에 앉은 중국인에게 예수님을 설명했다. 속칭 유학파라는 그 중국 청년은 잘 들어주었다. 서로 짧은 영어를 해가며 웃고 대화했다. 전도가 이렇게 신날수도 있구나.


티베트인 장족들이 사는 시골 마을에 갔을 때는 평생 잊지 못할 체험도 하였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전도를 하다가 한 식당에 들어갔다. 그곳에서도 식사를 하며 옆에 앉은 장족들에게 예수님을 전했다. 그런데 식당 주인이 와서 이 책이 뭐냐고 물었다. 당당하게 예수님을 설명하니 밖으로 나가 공안들을 데리고 왔다. 중국 경찰이다.


그곳에서는 예수님을 전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한다. 여권 조사와 함께 여러 가지를 물었다. 전도 나가기 전에 선교사님이 말씀하신 주의사항이 생각났다. 걸렸을 때는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그냥 아무 말도 안 했다. 솔직히 중국말도 할 줄 모르고. 공안들도 답답했는지 여권 번호만 적고 풀어줬다.


내가 공안에게 걸린 것을 알고 다른 멤버들이 접촉을 피했다. 그 시골 버스터미널에서 도시로 나오는 버스를 타기 전까지. 공안들은 미행을 한다고 했다. 나를 풀어준 게 멤버들을 다 잡기 위한 방법일지도. 다른 멤버들은 내가 걸렸을 때 화장실에 가서 전도지를 다 버렸다. 왜냐하면 우리야 며칠 있다 가는 사람으로 한국으로 쫓겨날 뿐이지만, 같이 계신 선교사님 일행은 추방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평생을 전도하겠다고 생각하신 분들에게 그건 정말 큰일이었다. 다행히도 아무 문제 없이 우리는 그곳을 벗어나 도시로 돌아왔다.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느꼈다.


즐겁고 뜨거웠던 전도 여행. 이곳을 잊을 수는 없을 거다. 그리고 그 열정을 지금 이곳 회사 안에서도 불태우고 싶다. 주님의 기쁨이 되는 글을 통해서.



To be continued...

keyword
이전 07화[스위스] 노부부의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