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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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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야 Jan 10. 2017

아픈 사람들

퇴근 길, 버스를 타러 가고 있었다.

10분도 안 되는 그 짧은 시간.

나는 그 사이에 아픈 사람들을 지나치고, 또 지나쳤다.


처음 만난 사람은 앞이 안 보이는 소녀였다.

점자로 된 시각장애인용 보도블럭을 아직 느낄 줄 모르는.

뒤따라오는 엄마는 소녀에게 

"잘 찾아봐. 찾을 수 있어. 천천히 계속 찾아봐."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 다음 만난 사람들은 키가 몹시 작았다.

내 허벅지까지도 닿지 않는 키였다.

남매인 것 같은 키 작은 두 사람은 뭔가 재밌는 일이 있는 듯이

깔깔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오늘따라 무슨 일이지, 싶던 찰나

아픈 강아지를 만났다.

뒷 다리가 한쪽은 아예 없고, 한 쪽은 너무 짧아

휠체어를 끌고 다녔다.

엄마는 저 멀리에서 강아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잘 따라오나'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라,

'천천히 와' 라는 표정으로.

강아지는 아주 천천히, 산책을 만끽하고 있었다.


오묘한 기분이었다.

버스를 타니 몸집이 너무 커 의자에 제대로 앉지 못하는 사람을 만났다.

다리를 의자 앞에 둘 수 없어서 옆으로 걸터 앉은 채,

너무 말라서 자리가 남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며

누구보다 크게 웃고 있었다.



아픈 사람들이라고 해서,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다고 해서,

꼭 슬프지만은 않다. 


그들을 지나치는 건강한 나는

오히려 더 우울하고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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