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 버스를 타러 가고 있었다.
10분도 안 되는 그 짧은 시간.
나는 그 사이에 아픈 사람들을 지나치고, 또 지나쳤다.
처음 만난 사람은 앞이 안 보이는 소녀였다.
점자로 된 시각장애인용 보도블럭을 아직 느낄 줄 모르는.
뒤따라오는 엄마는 소녀에게
"잘 찾아봐. 찾을 수 있어. 천천히 계속 찾아봐."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 다음 만난 사람들은 키가 몹시 작았다.
내 허벅지까지도 닿지 않는 키였다.
남매인 것 같은 키 작은 두 사람은 뭔가 재밌는 일이 있는 듯이
깔깔거리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오늘따라 무슨 일이지, 싶던 찰나
아픈 강아지를 만났다.
뒷 다리가 한쪽은 아예 없고, 한 쪽은 너무 짧아
휠체어를 끌고 다녔다.
엄마는 저 멀리에서 강아지를 지켜보고 있었다.
'잘 따라오나'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라,
'천천히 와' 라는 표정으로.
강아지는 아주 천천히, 산책을 만끽하고 있었다.
오묘한 기분이었다.
버스를 타니 몸집이 너무 커 의자에 제대로 앉지 못하는 사람을 만났다.
다리를 의자 앞에 둘 수 없어서 옆으로 걸터 앉은 채,
너무 말라서 자리가 남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며
누구보다 크게 웃고 있었다.
아픈 사람들이라고 해서,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다고 해서,
꼭 슬프지만은 않다.
그들을 지나치는 건강한 나는
오히려 더 우울하고 쓸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