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배설이다. 똥을 더럽다 하지 마라. 사람은 누구나 똥 하나 쯤은 매일 장에 품고 살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을 계속 품으면 변비가 되어 독에 감전 되는 것이고, 쏟아내면 배설이 되는 것이다.
삶은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독이 차오르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그렇기에 각자의 해독이 필요하다. 글로 배설을 하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훌륭하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싸지를 수만 있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 내가 슬펐구나, 우울했구나, 화가 났구나, 기뻤구나, 행복했구나, 만족스러웠구나. 생각보다 우리는 내 감정을 솔직하게 직면하지 못한다. 글을 통한 배설은 이것과 마주하게 해준다.
물론 주구장창 배설만 하는 글은 옳지 않다. 배설은 어디까지나 배설일 뿐이다. 그런 류의 글만 매일 쓴다면 어느순간 나는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싸는 것이 되어버린다.
누설의 글쓰기가 필요하다. 누설은 비밀이 새어나가는 것이다. 누설의 글쓰기란 스스로 나의 비밀을 새어 나가게 만드는 행위다. 나의 비밀이란 무엇인가? 나의 과거, 현재, 미래, 속사정, 경험, 아픔, 기쁨, 나만 아는, 나만 간직하고 있는 모든 것이 나의 비밀이다.
비밀은 가치가 있다. 누설을 통해 스스로 흘려보내는 것은 위력이 있다. 나의 비밀은 너의 비밀과 통한다. 사람은 거기서 거기 이기 때문이다.
누설은 나의 존재의 붕괴를 먹고 발사 된다. 붕괴는 글의 가치를 만든다. 그 가치로 인하여 글은 싸는 것이 아닌 쓰는 것이 되어버린다.
배설과 누설의 글쓰기를 왔다 갔다 하나, 가끔 천기누설의 글쓰기를 노린다. 내 글이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어떤 비밀스러운 지혜를 담아봤으면 한다. 그래서 쓰는 나도, 읽는 사람들도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충격 줘봤으면 한다.
하지만 그건 노력으로 닿을 수 있는 경지는 아니라 믿는다. 그런 글은 내가 쓰는 것이 아닌, 글이 나를 써야만 가능함이다. 그럼에도 그 일조차 다른 모든 일을 각설하고 배설과 누설을 꾸준히 해나가는 쓰는 사람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기적이다.
고로 나는 오늘도 그 기적 따위를 바라며, 그저 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