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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싸부 Jan 30. 2024

나의 성역을 지키며 살고 싶다 -


오전 시간은 누구의 연락도 반가워하기 힘들다. 알람 따위는 필요 없는 삶을 살아낸지 꽤 됐다. 아내가 출근하고 십분이면 인간 알람이 와서 발로 머리를 자근자근 밟아서 수동태적 기상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아이 둘과 함께 시작하는 하루가 상쾌할리가 없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이불 밖 세계로 던져진 후에는 1초도 쉬임 없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정신차리고, 화장실가고, 기저귀 갈고, 옷 입고, 옷 입혀주고, 밥 먹고, 밥 먹이고, 씻고, 씻기고, 청소하고, 정리하고, 재촉하고, 독촉하고 ...


   나만 쓰레기인가. 마침내 소리를 안 지르고 이놈들을 무사히 집 밖으로 모시고 나오기가 매일매일 버겁다. 스트레스가 정수리를 몇 번이고 찌르고, 혈압이 폭발할 지경이 되고, 보내버렸다 라고 하는 말 이상의 적절한 설명은 없는 듯 홀로 남겨진 후, 한숨을 길게 내쉬며 그렇게 하루는 시작되고 또 반복된다.


   타고난 성향 자체가 혼자 있는 시간이 없으면 시들시들 말라가게 세팅이 되어있다. 그런 나에게 아침을 이렇게 시작한다는 것은 마음을 건조기에 급속으로 돌린 듯한 출발이다. 내 팔자다 생각하며 지내온 시간이 벌써 1년이다.


   빠짝 마른 내 마음은 이내 과도한 수분을 필요로 한다. 이런 상태에서 오전에 누군가에게 연락이라도 온다? 미안하지만 반가워 할 수가 없다. 실제로 이런 나이기에 오전 시간에 누군가에게 카톡이 오면 심장이 콩닥콩닥 뛴다. 전화라도 오면 심장이 벌떡 일어나서 난리를 친다.


   이런 나를 지켜주고 싶다, 존중해주고 싶다, 적어도 이런 내가 나인 것을 고집하는 것이 내 주변 사람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이 세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아니라면, 세계평화의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그래서 오전 시간은 오롯이 누구의 연락도 받지 않으려고 한다. 실제로 거의 받지 않는다.


   꽤 웅장하지만, 이것은 나의 성역이다. 외딴 섬에 홀로 떨어진 듯 완벽하게 이 세계와, 다른 존재들에게 분리 된 시간을 보낸다. 운동을 하고, 집 정리를 하고,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산책을 하고, 글을 쓴다.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꽁꽁 잠궈둔 성역 안에서 마음껏 숨을 쉰다. 그 쟁겨둔 호흡과 생기로 이 세계 속에서 꼿꼿하게 살아갈 힘을, 존재들과의 얽히고설킴을 유유히 받아들일 수 있는 다정함을, 자칫 흑백으로 퇴색되기 쉬운 일상을 채색할 수 있는 다채로운 내면세계의 위력을 되찾는다. 살아나게 만든다. 살아가게 만든다. 살아내게 만든다. 나를.


   살고 싶다. 지키며. 나의 성역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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