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더 시즌즈 악뮤의 오날오밤 프로그램을 보다가 이수현의 '가리워진 길'을 듣고 마음이 말랑콩떡 앤드 생각이 많아져서 오랜만에 끄적이는 글..
저는 사실 생각이 늘 너어어어어무 많아서 그걸 처리하는 데에 에너지를 정말 많이 소모하는 사람이에요. 아주 많은 생각 중 하나를 오늘 이 글로 처리하려 합니다..ㅎ
내가 날 제일 잘 아는 건 맞는데, 내가 날 아는 만큼 스스로 잘 알아주고 있었나. 생각해 보면 아니었던 것 같아요. 나를 잘 아는 것을 이용해 오히려 스스로를 억압하고 가로막았던 것 같아요. 사실은 이렇게 하고 싶고 저렇게 하고 싶은데. 응 그거 다 안 돼 하고 말이에요. 그러다 쌓인 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늘 건강하지 않은 방식으로 팡- 터지고. 무언가를 잃게 되고. 물론 언젠가는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려던 때도 있었어요. 그리고 언젠가부터는 그 반대였고 그 둘 다 건강하지 않은 방식인 건 확실했어요.
저는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는 게 두렵고, 그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타인의 감정이나 상황을 내것처럼 느끼고, 그렇게 타인과 나에 대한 경계선이 불분명했어요. 그래서 쉽게 상대에게 몰입하고, 빠져나오기 힘들어하고, 누군가를 잃게 되면 일반적인 정도 이상으로 상처를 받았어요. 사실은 아직도 그래요.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는 그걸 스스로 조절하려고 한다는 거예요. 내 몸과 마음이 더 편한 방식으로.
실은 아무도 이렇게까지 자기를 생각해달라고 한 적이 없는데,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배려들, 생각들을 저 스스로를 갉아먹으면서까지 해왔던 것 같아요. 왜 그렇게까지 했냐고 묻는다면 언젠가부터 그렇게 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저를 너무 지치게 만든다는 걸 저에게 맞지 않는 방식인 걸 알면서도 외면했던 것 같아요. 그저 사랑받고 싶어서. 그러다 늙고(?) 지쳐버린 저는 그제서야 내가 아무리 잘해줘도 나를 미워할 사람은 미워하고, 내가 아무리 모지라도 내 옆에 남아 있을 사람은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그 말을 이제는 조금, 아주 조금 알 것 같아요.
저는 이전까지는 사랑을 주는 것보다 받는 게 훨씬 더 좋았어요. 그런데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알 수 없는 타인보다 조금만 노력하면 보이고 알 수 있는 나 스스로가 제일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러면서 전에는 없었던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겼어요. 사랑을 무조건적으로 받고 싶었던 때 그때의 내가 줄 수 있었던 마음보다 지금 나에게 느끼는 작은 편안함이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마음이 저 스스로에게도 주변사람들에게도 더 많은 걸 줄 수 있다고 느껴요. 그래서 이제는 사랑을 구걸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냥 저로 살다가 지금의 나로 할 수 있는 사랑을 주고 받고 그럴 수 있는 건강한 관계들을 만들어가려구요. 저를 제대로 알려줄 거고 상대를 제대로 알려고 노력할 거예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전처럼 살기 싫거든요. 이전처럼 살기 싫으니까 이전과 다른 행동을 할 거예요. 그 행동들이 제게 남아 있던 부정적인 생각들의 찌꺼기까지 싹 다 날려버릴 때까지.
혼자든, 둘이든, 셋이든, 넷이든 따뜻한 연말이 되시길 바라요.
저도 그럴게요.
그럼, 이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