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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살아갈 날들이

여행을 많이 해본 사람들은 '모든 존재들은 돌아갈 곳이 있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고 한다. 이 문장을 읽고, "세상에는 정해진 것도 없고, 세상 모든 것들의 존재 이유도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꽤 오랫동안 '왜 사는 걸까?'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여러 이유를 떠올렸지만, 당시나 지금이나 태어났으니 산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태어났으니 사는 자에게 정해진 존재 이유 같은 건 없는 거다. 우리는 단지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모든 존재들이 돌아갈 곳이 있다고 하기엔, 우리들 모두 소멸이라는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 않나.


살 날이 많이 남았다는 건, 슬픈 일을 겪게 될 일이 많이 남아있음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의 여생에 감사하고 좋은 일들도 많이 있을 거다. 찾아보면 우리에겐 지금도 감사할 만한 행복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앞으로 다가올 슬픈 일들을 먼저 떠올리는 것은 예기치 못한 슬픔이 더 크게 와닿기 때문이다. 슬픈 일들이 일어날 것을 먼저 인지하고 감사와 행복 그리고 여유에 대해 생각하면 '인생은 그래도 아름다운 것'이라 여길 수 있을 거다. 그래서 남은 하루하루에서 일어날 슬픈 일들을 먼저 떠올리는 것은 해가 저물었을 때, 밝게 떠오른 달을 보기 위함이 아닐까.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가슴 찢어지는 슬픔과 분노를 동반하는 고통, 혹은 가슴 벅찬 행복, 코 끝이 미어지는 감사한 마음 등. 많은 것을 느끼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모든 종류의 만남 끝에는 다종 다양한 이별이 있지만 그럼에도 만남이 아름다운 이유처럼, 그리고 어느 좋은 날이면 언젠가 말라 비틀어질 꽃일지라도 그것을 선물하는 이유처럼 우리 살아가는 세상 모든 것엔 끝이 있기에 아름답다. 앞으로의 이러한 하루하루가 아름다운 것은 결국 모든 감정과 그것을 느끼는 우리조차 소멸할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 덧없고, 힘에 부친다 싶으면 나는 글을 쓴다. 평소에는 열심히 읽기도 한다. 그러다 길을 잃고 멈춰 서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어린아이가 될 때면 글을 쓴다. 글을 쓰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어디가 고장 났는지 알 수 있다. 잠에 잘 들지 못해 수면 패턴이 망가지고 회복되길 반복하다 오늘 다시 새벽 3시에 일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글을 쓴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름날 새벽, 창 밖의 풀벌레들 노랫소리에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며 화답하는 시간을 갖게 될 줄 전혀 몰랐다. 불과 어제 잠에 들 때까지만 해도, 이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찾아보면 이미 주변엔 많은 좋은 것들이 우릴 둘러싸고 있으며, 어느 찰나의 순간에 감사의 순간이 왔다가 간다. 인생은 살아갈 가치가 충분하다. 삶이 행복하다는 건, 다신 없을 이런 찰나의 순간을 잘 알아채고 기억하여 많은 찰나의 순간을 간직하고 있다는 뜻일 거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정말 많이 있다. 다만, 중심을 잃고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을 하지 못하여 발견하지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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